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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 최고조 단계 후엔?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9. 10. 7. 15:23
현재 직면한 갈등, 어디로?
갈등은 최고조에 도달했을 때 해결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갈등이 최고조에 도달했다는 것은 다른 말로 '막다른 길'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갈등 당사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절박감과 압박을 느껴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그렇다면 법무부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생겨 현재 최고조에 달한 우리의 사회갈등도 그럴 것인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여론 대결을 넘어 광장에서의 세대결로 변한 이 갈등은 한편으론 사회갈등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 집단 사이, 구체적으로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갈등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찬.반을 표명하는 다수의 국민은 물론 같이 정치무대에 서있는 다른 야당들까지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들러리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회갈등은 정치권에서 비롯됐고 정치권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대결을 최고로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여론은 찬.반으로 갈리고 급기야 광장에서 세대결을 벌이는 지경에까지 도달했다. 그런 광장의 세대결을 두 당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민이 사회적 현안을 가지고 광장으로 나가는, 또는 나가야 하는 사회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촛불집회로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리고 정권 교체를 이뤘지만 그것은 사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대의민주주의의 부족과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데 정치권은 거기에서 힌트를 얻은 것처럼 광장으로 사람들을 부르고 가르면서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자발적 참여 여부와는 상관없이 정치적 이익 계산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광장에 많은 사람이 모였어도 그들이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광장의 사람들을 보면서 세대결을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정치권이 초래하고 전개를 좌우하고 있는, 그리고 백번 양보해도 정치권이 최대의 수혜자가 되고 있는 현재의 갈등은 당분간 최고조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전개되는 갈등, 특히 정치적 이익이 개입된 갈등은 사회 전체에 상처만 남길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 정치인들은 그런 것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의연하다.
파괴적 전개, 멈출 방법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사회갈등의 가장 큰 문제는 갈등이 파괴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갈등이 파괴적으로 전개된다는 것은 당사자들 사이 소통이 단절되고, 대화의 가능성을 서로 부인하고 상호 비난에 주력하며, 힘으로 상대를 이기기 위한 방법에 주력하는 상황을 말한다. 지금의 갈등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이번 갈등이 정치권에서 초래됐고 정치권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파괴적 전개의 지속을 우려하게 만든다. 정치적 의도와 목표가 선명한 사회갈등의 경우 사회 전체의 발전과 안전보다는 정치 집단의 이익이 우선되게 되고, 갈등에 뛰어들었든 그렇지 않았든 결국 사회 구성원 전체가 피해를 입는 상황을 야기한다. 갈등이 조금이라도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단절시키고 그로 인해 개인과 집단 사이 관계까지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정치적 이익을 둘러싸고 물리적 폭력이 있을 때만 그런 결과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건 우리가 이미 역사를 통해 충분히 경험했다.
갈등이 최고조에 도달한 이 상황이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다. 지금 상황만 보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온건, 중도, 또는 이견을 표출하는 목소리는 의도적으로 배제되거나 설자리를 잃고 양측의 강경한 목소리만 들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갈등을 주도 내지 부추기고 있는 정치인들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할 것이니 말이다. 그것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와는 별개로 말이다.
지금의 갈등은 여러 줄기의 뿌리를 두고 있어서 전체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법무부장관 임명에서 비롯된 갈등만큼은 해결, 또는 차선으로 일단락짓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갈등의 진원지를 다루고 거기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정치적 이익을 둘러싼 견해차로 시작됐으니 그것을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 또한 쉽지는 않다. 정치에서 대화와 협상이 사라진지는 오래됐고, 지금까지 해온 것으로 보면 정치인들에게 그런 능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부의 압력이 필요하다. 사회갈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갈등의 해결을 모색하도록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사회적 압력은 결국 시민의 압력이다. 여론을 자기 이익을 위한 지렛대로 삼거나 오해하지 말고 정치를 잘 하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일 말이다. 다만 이것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현재의 갈등을 해결, 또는 차선으로 일단락짓기를 원하고 의견을 표명하기를 원하는지에 달려있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갈등은 당사자나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노력없이 절대 해결되거나 일단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현재의 갈등을 다루기 위해서는 각자, 그리고 사회 전체의 고민과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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