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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의심과 음모 사이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7. 2. 24. 10:18
가짜 뉴스의 '진실' 마케팅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이다. 진짜처럼 정교하게 포장된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일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정치인들도 그런 뉴스를 믿고 대중을 선동할 정도니 이제 가짜 뉴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그것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공식적인 가짜 뉴스는 만우절 뉴스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은 유쾌한 일탈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돌고 있는 가짜 뉴스는 내용과 목적 면에서 완전히 다르다. 이것은 가짜 뉴스의 영어 표기를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영어로 가짜 뉴스는 fake news다. 진짜가 아닌데 진짜인 체하는 뉴스란 얘기가. 그에 반해 만우절의 가짜 뉴스는 joke로 표기된다.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그래서 일부러 엉뚱한 뉴스임을 눈치챌 수 있는 허점을 드러내 즐거움을 주는 뉴스란 얘기다.
Fake news, 그러니까 가짜 뉴스의 핵심은 재정적, 정치적 이익, 혹은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애초 이런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에 많이 퍼트리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fact)에 집중하기보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실(truth)을 강조하는데 열을 올린다. 이른바 '진실 마케팅'이다. 이런 가짜 뉴스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는 스웨덴에 테러가 발생했다는 가짜 뉴스를 인용해 대중을 선동하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니 유행에 민감한 우리사회에 가짜 뉴스가 번진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접하는 가짜 뉴스는 그냥 유행으로 넘길만한 것들이 아니다. 가짜 뉴스에 정치적 선동 의도가 담겨 있고 그것을 맹신하거나 악용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사기와 정치가 결탁하고 정치인들이 가짜뉴스를 이용해 선동하면서 금전적 피해를 야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법치주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악용되선 안 되지만 우리사회엔 민주주의보다 제 살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파렴치한 정치인들이 여전히 많다.생각을 조종하려는 음모
가짜 뉴스에 대한 관심은 의심에서 비롯된다. 우리사회에서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불신이 팽배하고, 그 결과 모든 것을 의심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주류 뉴스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짜 뉴스에 눈이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어찌보면 진실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합리적 의심을 해보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나도는 가짜 뉴스는 합리적 의심에 답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가짜 뉴스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논리적인 의문 제기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거짓 스토리를 만들고 그 거짓에 근거해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런 가짜 뉴스가 번지는 이유는 현재의 상황을 부인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만 받아들이는 사람들 때문이다. 문제는 가짜 뉴스 생산자들과 그것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의 '진실 마케팅'에 자신이 놀아나고 있다는 아주 중요하고 심각한 점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합리적으로 의심할 부분인데 말이다.
때로 가짜 뉴스는 음모론을 즐기는 사람들을 현혹하곤 한다. 음모론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길 때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누군가 음모를 가지고 계획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회 불신, 정치적 억압과 불안 등이 만연하고 정보의 통제와 비대칭이 심각한 사회에서 생긴 이해하기 힘든 일을 이해하기 위해 음모론이 만들어지곤 한다. 음모론을 주장하기 위해 사람들은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에 따라 누구도 섣불리 부인할 수 없는 논리를 만들어낸다. 어찌보면 이것은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시도로 볼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음모론이 꼭 사실과 진실을 다루고 있다거나, 또는 완전히 그렇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찌보면 음모론의 역할은 합리적 의심을 하도록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국내.외에서 음모론과 가짜 뉴스가 교묘히 섞여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음모론을 지식인의 유희처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이든지 의심하고 자신의 특별한 분석력과 해석력을 과시하기 위해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를 소비하고 퍼트리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역으로 그들은 결국 보다 정교해지고 교활해진 가짜 뉴스의 희생양이 되곤 한다. 가짜 뉴스를 퍼뜨림으로서 주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덤이다.
가짜 뉴스는 진정한 음모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조종하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려는 거대한 음모다. 그래서 치밀한 계획 하에 가짜 뉴스를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찾아내 겨냥하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쐐기를 박을 내용을 선정하며, 심지어 통쾌함을 선사할 주제와 내용을 고른 후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런 사악한 음모에 자신을 내여주는 일은 자존감을 포기하는 것이다. 또한 가짜 뉴스의 뒤에는 항상 정치적, 물질적, 심리적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가 있으므로 거기에 현혹되는 것은 곧 그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자존감과 희생되지 않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독립적인 판단력을 가져야 하고 엄격한 검증 절차를 각자 작동시켜야 한다. 물론 그것은 주변에 가짜 뉴스를 전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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