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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선거, 정말 못 봐주겠다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7. 4. 14. 10:51
어쩌다 조기대선...곱씹어 보길 바래~
사실 익숙한 모습이다. 정책이 아니라 신변잡기를 탈탈 털고, 검증이 아니라 공격을 하고, 능력이 아니라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대선후보들은 내가 나이가 먹은 것만큼 오래 보아온 것이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유독 짜증이 날까?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이번 대선은 조기대선이다. 이 나라 정치가 정상이 아닌 상황, 다시 말해 위기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선이라는 얘기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의식 있는 '시민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이 나라 정치인들이 지금까지 보통 해온 일이 판 깔아 주면 나와서 '광 파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국민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는 꼴이니 더 신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긴 과거를 되돌아보면 판을 엎지만 않은 것도 다행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어쨌든 탄핵 정국 내내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던 시민은 탄핵이 인용되고 대선일이 공고된 후엔 완전 찬밥 신세가 됐다. 이제 모든 것은 대선주자들과 정당들이 이끌고 국민들은 입에 맞는 떡을 어느 후보가 (던져)줄지 목 빼고 기다리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자존심 상한다. 본래 선거가 정치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그리고 국가를 정치적으로 대표할 인물을 뽑는 일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면이 있긴 하다. 설사 그렇더라도 이건 아니다 싶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난무하고 시시콜콜 서로를 물어 뜯는 일이 후보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 벌어지면서 차가운 이성과 비판적 시각으로 모두를 판단하려는 사람들은 험한 말에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대선이 부패한 대통령을 탄핵시킨 후 이뤄진 조기대선이라는 점은 아주 중요하다. 조기대선이 가능했던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 그러니까 거의 80%의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탄핵에 찬성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무리 언론이 공정보도를 하고 국민들이 소리 높여 탄핵을 외쳤어도 그것이 소수의 목소리에 그쳤다면 탄핵이 인용되지 않았을 수 있다. 한 목소리를 냈음에도 탄핵 인용을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뒤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번 대선은 적어도 국민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이 나서서 국민들을 갈라 놓는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내놓아 선택을 받고,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도 존중하고 폄하하지 않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 대선에서 다양한 선택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선택에 따라 선과 악의 세력으로 구분하려는 위험한 태도가 보인다.
정당들의 협력으로 탄핵 인용과 조기대선이 가능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워낙 큰 부패 스캔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탄핵 정국에서 가장 특별했던 점은 여당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다른 정당들이 협력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에서 목소리를 내고, 결국 당을 나온 정치인들의 역할도 컸다. 그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국회 탄핵 표결은 불가능했고 청문회, 특검, 헌법재판소로 이어진 검증과 수사 및 재판 과정도, 그리고 최종적으로 탄핵 인용도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조기대선을 이뤄낸 것에 정당들의 공도 크다 하겠다. 물론 근본적으로 부패한 정권을 만든 것에 공동 책임을 져야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여러 당이 협력해 현재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은 조기대선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탄핵에 찬성했고 적폐청산을 원하는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자유한국당 후보만 빼고 모든 정당 후보들을 자신의 선택 가능지로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탄핵에 찬성하고 적폐청산을 외쳤던 자신의 모습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볼 것이다. 이런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흑.백 논리, 또는 옳고 그름으로 다투는 것이 크게 의미 없는 일이 될 수 있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말이다. 그런데도 후보들은, 특히 선두에 있고 그 뒤를 쫓고 있는 두 명의 후보들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공격해 흠집을 내는 네거티브 선거전에 매달리고 있다. 날이 갈수록 가관이고 더 심해지니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어느 수준일지 정말 짜증나게 기대된다.
네거티브 선거, 대선 후는 생각하나...?
각자의 기준에 따라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지만 정책으로만 보면 후보들 사이에 차이는 별로 없다. 정책에 따라 보수쪽이 중도쪽으로 많이 움직인 것도 볼 수 있다. 최근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것을 보면 국민의 거의 70-80%가 진보적인 정책을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사회의 심한 불공정과 불평등 상황이 정치적 노선을 뛰어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바른정당과 정의당 후보도 비슷한 정책이 많다. 다른 두 후보, 그러니까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는 색깔이 그냥 비슷하다. 한 쪽은 진보성향이고 다른 쪽은 중도성향이라고 분류하곤 하지만 사실 그냥 모두 중도성향이고 사안에 따라 조금 우쪽, 또는 좌쪽으로 움직이는 정도다. 어떤 것은, 예를 들어 안보문제나 사드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모두 상당히 우쪽으로 가 있다. 그러니 유권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따져보면 도긴개긴인 셈이다. 그런데 억지로 상대에 딱지를 붙이고 정치 노선을 강조하며 안 된다고 우기는 것은 어거지로 보이기까지 한다. 두 사람 모두 도덕적으로 깨끗한 것도 아니다. 둘 중 한 후보는 아들 채용 비리 의혹, 다른 한 명은 부인 특혜 채용 의혹으로 시끄럽고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그러니 도덕성과 깨끗함을 내세우며 경쟁하는 것은 이미 물건너 갔다. 정석으로 정책 대결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그나마 유권자들이 찜찜하지 않게 선택을 결정할 수 있다.
사실 대다수 국민들이 한편으로 기대하고 다른 한편으로 우려하는 것은 대선 후일 것이다. 솔직히 대통령이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정치가, 그리고 사회가 변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가능성이 조금 더, 혹은 덜 생긴다고 생각할 것이다. 현재 후보들의 지지 순위를 보면 국민들의 그런 기대와 우려를 잘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간 안에, 그리고 인수기간도 없이 바로 취임하게 될 다음 대통령과 새로운 정부가 할 일은 새로운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행보는 다른 당과 협력하면서 협치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상태에선 어느 당도 단독으로는 법안 하나도 통과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치를 개혁하고 적폐를 청산하려면 모두와 협력하고 타협하고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정책이나 검증이 아니라 말꼬리잡기, 인신공격, 꼬리표붙이기 등 네거티브에 열중하면 바로 시작되는 새로운 정부에서 협치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젠틀하게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정치인이지만 인신공격하며 싸웠던 사람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바로 협치를 얘기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인신공격에 초점을 맞추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정책에 대한 초점을 흐리게 만든다. 한 마디로 유권자들로부터 정책 판단의 기회를 빼앗는 비겁한 선거전이다.
조금 더 비전을 담은 얘기를 해보자면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이제 정치에 조금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 또는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정치는 본래 '공격적이고, 치사하고, 유치하다'는 판단을 하게 만들 수 있다. 나아가 탄핵 정국에서 생겼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다시 냉소로 바뀌게 할 수도 있다. 그러니 각 후보 캠프는 제발 정치는 '정정당당해야 하고, 정공법으로 나가야 하고, 상호존중과 대화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젠틀한 선거운동을 하길 바란다. 그래야 힘든 시간 후에 얻어낸 조기대선을 축제처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부패한 정부와 대통령 때문에 자괴감과 분노를 느꼈던 국민들의 자존감이 회복될 수 있다. 솔직히 이미 물은 흐려진 것 같지만 그래도 흙탕물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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