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와 리더십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6. 10. 24. 11:36
리더의 권한과 평화로운 조직
한국문화에서 '리더'라는 말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 리더로 불린다면 사람들은 그를 조직을 움직이는 권한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한다. 또한 그런 권한을 부여받은 것과 그것을 적극 이용해 조직을 이끄는 것을 지극히 정상적인 일로 이해한다. 그렇지 않은 리더, 다시 말해 부여받은 권한을 최소한으로 이용하고 중요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 수는 있지만 너무 소심해서 리더의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문화는 여전히 강한 통솔력을 가진 리더를 선호하고 그런 리더의 태도와 행동에 관대하다. 이런 생각은 평화로운 관계나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말하는 시민단체, 종교단체, 친교집단 등에도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리더에 권한이 집중되고 그것을 통해 강한 리더십이 발휘되면 정말 조직이 발전하는 것일까? 사실 그 둘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리더만 따르는 사람들이 정말 조직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강한 리더는 자신의 권한, 다른 말로 '힘'을 이용해 구성원들을 통솔하고 그것이 리더와 구성원들, 그리고 구성원들 사이에 힘에 의존하는 관계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누가 더 힘을 가지고 가지지 못했느냐에 따라 관계가 규정되고 명령과 복종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러면 아무리 '평화'를 입에 달고 살아도 그 조직은 '평화'와는 거리가 먼 조직이 된다.
굳이 평화를 들이대지 않아도 힘에 의존하는 관계와 조직문화는 불안하고 폭력적이다. 명령과 복종을 강조하는 수직적 조직문화가 고착돼 있고 구성원들은 다른 사람보다 많은 힘을 갖기 위해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그런 조직 안에서 개인은 리더가 아닌 이상 항상 누군가보다 힘이 없을 수밖에 없고 그것은 누군가의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항상 자기와 다른 사람이 가진 특성들을 힘을 기준으로 이해하고 해석한다. 결국 모두가 힘에 의존하고 때로 힘에 희생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폭력을 경험하고 불안해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힘에 의존하는 환경과 관계를 자연스럽다거나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바꿔야 한다거나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리와 마음 속에 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관계와 공동체를 위한 리더십
힘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 관계와 공동체가 가능할까? 그런 조직이 효율적으로 작동할까? 평화로운 관계와 공동체를 지향하는 조직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런 질문들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볼 수 있다. 힘에 의존하는 관계나 조직문화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와 폭력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좋은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그들이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무엇보다 조직이, 그리고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그런 스트레스와 폭력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힘에 의존하지 않는 관계와 공동체가 가능한지, 효율적인지에 대한 질문보다 먼저 이런 문제들을 제기해야 한다. 평화의 시각으로 보면 힘에 의존하는 관계와 조직은 당연히 정당화될 수 없지만 다른 기준을 들이대도 구성원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그런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니 다르게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평화로운 관계와 공동체는 모든 조직과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문화에서는 어쨌든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평화로운 관계와 공동체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리더에게 주어진 권한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리더가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 전체의 변화를 위해 무언가를 행동에 옮겨야 하는데 이때 가장 우선적인 일이 조직을 전체적으로 살피는 것이다. 리더는 첫째로 구성원들 사이 힘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그것이 일상적 상호관계와 공적인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둘째로 구조가 얼마나 수직적인지 또는 수평적인지를 진단해보고 그것이 조직원들의 관계와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야 한다. 셋째로 조직문화를 전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다양성과 이견을 존중하고 나아가 환영하는지 아니면 배제하는지, 나이나 직책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교류, 친목, 상호존중이 이뤄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파악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어떤 리더인지 객관적 평가를 내려야 한다. 구성원들과 어떻게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있는지, 구성원들과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구성원들과 공동체를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
리더가 변하면 조직은 한결 가벼워지고 밝아진다. 리더가 변해야 수직적 조직문화도 수평적으로 조금씩 변하고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에서 힘의 의존도도 낮아질 수 있다. 평화로운 관계나 공동체가 조직의 목표가 아니고 리더 또한 그것을 목표로 삼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나 힘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각자 가진 힘을 통해 관계가 규정되지 않으며 힘에 의해 운영되지 않는 조직이야말로 정말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조직일 것이다.
'평화갈등 이야기 > 평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노가 구조의 변화로? (0) 2016.10.31 대통령과 최순실, 힘의 독점과 폭력사회 (0) 2016.10.26 국가안보! 그럼 국민은? (2) 2016.09.22 돈보다 '좋은 사람' (0) 2016.08.19 교회, 절망과 무기력의 공동체 (0) 201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