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보다 '좋은 사람'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6. 8. 19. 09:44
*아래 글은 인디고서원에서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청소년 인문교양지" <인디고잉/INDIGO+ing> 2015년 봄호(46호)에 실렸던 글이다. 46호의 주제는 '가난한 사회, 고귀한 삶'이다.
좋은 사람이 필요한 세상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으면 살수 없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이 말속에는 돈이 인간 삶의 중심이고 삶을 결정하는 절대적 가치라는 그들의 ‘고백’이 담겨있다. 물론 돈이 너무 없으면 삶이 불편하고 힘들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돈이 인간 삶의 중심은 아니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아무리 영향력이 커졌어도 돈은 먼 옛날, 그리고 수십 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인간 삶의 중심이 아니라 생활 수단일 뿐이다. 그러므로 돈이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절대적 가치라는 말은 특정한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지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돈이 있으면 편안하고 때로는 어느 정도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돈은 인간의 삶의 조건 중 하나일 뿐이고, 돈을 버는 것은 사람이 하는 많은 일중 하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버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다른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돈이 삶의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돈을 조금만 벌거나 덜 버는 선택도 할 수 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많다. 감히 말하자면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사람들이 돈에 지나치게 큰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은 돈을 많이 벌어 풍족하게 사는 것이다. 물론 명예를 얻는 것도 성공이 될 수 있지만 명예만 있고 돈이 없으면 성공으로 쳐주지 않는다. 그런데 예전에는, 그러니까 대충 2-30년 전까지만 해도 ‘성공’의 기준이 좀 달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는지 여부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렇게 산 인생의 결과는 가난할 수도 풍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돈이 많거나 적은 것이 인생의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는 아니었다. 돈이 있어도 부끄럽게 살았다면 실패한 인생이고 돈이 없어도 자신이나 타인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았다면 그것을 성공한 인생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돈이 ‘성공’의 기준의 된다고 말한다. 돈에 너무 관심을 갖다 보니, 그리고 돈으로 할 수 있는 일과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지다보니 생긴 달갑지 않은 변화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돈보다는 어떻게 살고 있고, 살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이 사람의 됨됨이, 생각, 관계 등을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돈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여전히 아주 많은데 그 많은 일들은 결국 됨됨이, 생각, 관계 등이 건강하고 밝은 사람들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되도록 가난하지 않게 사는 것이 좋은 일이지만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훨씬 많고 가난해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중 가장 괜찮은 방법이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좋은 사람은 단지 자기 가족, 가까운 친구, 자주 만나는 사람들에게 뿐만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공동체와 사회에도 해를 끼치지 않고 힘, 격려, 위안이 되는 사람을 말한다. 좋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길이며,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기운을 전해주고 어려울 때는 기댈 어깨를 빌려주며 살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비록 돈은 많지 않아도 좋은 사람으로 사는 길을 택한다. 솔직히 말해 평생 열심히 일해도 평범한 사람이 재벌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으로 살면서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선택이 된다.
우리사회에 정말 필요한 사람들도 돈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사회에는 좋은 사람들이 부족하다. 세월호 사고로 청소년들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이유도 좋은 사람들이 부족하고 돈을 위해서라면 양심을 팔고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도 괜찮다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정치 사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도 좋은 사람들이 부족하고 사람보다 명예와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도 자신의 안전과 행복처럼 중요하게 생각하고, 주변의 사람들을 격려하고 위로를 전하면서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좋은 사람들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인생을 살아보니 정말 그렇다는 깨달음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조금 다르게 해석하자면 이 말은 사람의 삶을 똑바로 서게 하고 중심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각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른 무엇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부모, 자녀, 형제.자매 등 가족일 수도, 가치와 신념일 수도, 양심과 도덕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위해 그런 것들을 버려야 한다면 차라리 돈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그렇지 않으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으로 누구와 어떻게 사느냐이다. 사실은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자신과 타인을 위해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사람이다.
'평화갈등 이야기 > 평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화와 리더십 (0) 2016.10.24 국가안보! 그럼 국민은? (2) 2016.09.22 교회, 절망과 무기력의 공동체 (0) 2016.07.22 교회, 평화로운 공동체? (0) 2016.06.27 약자 구분 사회 (0) 201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