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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해결 연재 4 당사자 해결원칙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6. 5. 18. 11:37
직접 해결? 전문가도 아닌데....
갈등해결을 상담으로 착각하거나 비슷한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재 재판(arbitration)으로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갈등해결이 여전히 생소한 문제해결 방식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갈등해결'이란 말은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갈등과 갈등의 해결을 연구하는 학문 및 응용 실천 영역을 의미하기도 하고, 당사자들이 직접 대화, 협상, 합의를 거쳐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가끔 접하게 되는 갈등해결은 보통 후자다. 이런 갈등해결이 상담이나 중재 재판과 가장 차별화되는 것은 상담사나 중재자가 최종 권고나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직접 최종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갈등을 해결할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갈등의 당사자 해결원칙은 절대 타협되거나 간과될 수 없는 갈등해결의 기본원칙 중 하나다. 문화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여전히 쫌 아는 사람, 그러니까 상담사, 중재자, 변호사 등이 충고를 하거나 판단을 해주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다루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자신의 문제나 갈등인데도 직접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갈등이 악화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능력있는 전문가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갈등해결은 전문적인 제3자가 개입해 자문, 조정, 대화 진행, 해결과정 디자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갈등의 해결은 당사자가 해야 한다. 제3자는 당사자들이 대화, 협상, 합의의 단계를 거쳐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과정을 잘 만들어 진행하고 상호이해와 소통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당사자 해결, 좀 불편한데....
당사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문제를 듣고 판단해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간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솔직히 전문가인 제3자가 당사자들을 불러 모아 대화 과정을 만들고,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과정을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역시 우여곡절 끝에 당사자들이 최종 합의에 이르도록 돕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디까지 당사자들의 갈등에 관여해야 하고 어느 부분에서 당사자들에게 맡기고 침묵해야 하는지, 또는 당사자들의 대화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가거나 당사자들이 장기적인 결과를 외면하고 단기적인 해결책만 원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은 하나다. 최선을 다해 최대한 도움을 주되 당사자들의 판단과 결정을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갈등해결은 제3자가 갈등을 해결해주는 쉬운 방법을 놔두고 왜 굳이 당사자를 돕고 스스로 해결하게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갈등에 직면한 당사자들이 갈등을 만든 문제와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잘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가장 만족스럽고 이상적이 아닌 실행가능한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야 합의가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갈등의 재발 가능성이 낮아진다. 나아가 갈등으로 야기된 관계나 소속된 공동체의 파괴를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와 공동체를 만들 가능성이 생긴다. 가장 핵심은 겉으로는 안 그래 보여도 사실 당사자들이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당사자들도 그것이 최선임을 안다. 그런데도 전문가에게 기대는 방식이 성행하는 이유는 전문가들이 당사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문제해결 방식을 개발해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당사자 해결원칙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 '참여'다. 당연한 얘기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참여'는 속 빈 강정이나 겉만 번지르한 방식이 아니라 정말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고려돼야 한다. 하나는 모든 당사자가 참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결을 위한 과정의 디자인과 실행에 당사자가 적극 참여하고 과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제대로 된 참여를 위해서는 도움을 주는 전문가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당사자가 '참여'를 완전히 이해하고 자신의 권리로 제대로 주장하고 실행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그런데 전문가만 당사자 해결원칙과 참여원칙을 적용하란 법은 없다. 모든 사람이 이 원칙을 이용해 작은 문제와 심각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아이들이 싸우면 부모가 판단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부모가 제3자 역할을 할 수 있고, 크고 작은 공동체나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먼저 누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인지 찾아내 그들을 모두 참여시킨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 우리가 범하는 흔한 실수는 당사자 참여 없이 문제를 다루고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로 인해 생기는 갈등이 주변에 널려 있다.'평화갈등 이야기 > 갈등해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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