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전환의 적용, 비현실적?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6. 3. 22. 16:40
완벽한 이론, 어려운 적용
사람들은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말을 하곤 한다. 정말 현실성이 없는 것에 대한 반응일 수 있지만 때로는 너무 완벽하고 매력적인 이론이나 주장에 어깃장을 놓기 위해 하는 말이기도 하다. 갈등전환 이론은 아마도 그런 말을 들을 법한 이론인 것 같다. 실제 난 박사 논문 심사를 받을 때 비슷한 도전적인 질문을 받기도 했다. 물론 나를 시험하기 위한 의도된 질문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것은 다른 말로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은 가장 필요한 이론이라는 얘기도 된다. 그러니 너무 겁을 먹거나 어깃장을 놓기 전에 찬찬히 정말 현실성이 없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전환(transformation)'은 사전적으로 '변형'이나 동물의 '탈바꿈', '변태'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이 말은 어떤 것이 고유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나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갈등전환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갈등 당사자들과 그들의 존재 자체다. 변해야 하는 것은 갈등에 직면한 당사자들의 태도, 그들 사이의 관계, 그들을 둘러싼 구조, 그리고 그들의 문제 대응 문화 등이다. 이것은 존 폴 레더락이 전환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네 가지를 말한다.
네 가지 목표가 달성된 모습은 구체적으로 갈등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기회로 보는 개인, 즉 갈등 당사자들, 힘에 의존하고 상호 부정과 적대감이 지배하는 관계가 아닌 협력과 소통에 기반한 당사자들의 관계, 갈등을 야기하는 폭력적인 구조가 아닌 당사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구조, 대립적이고 파괴적인 대응이 아닌 상호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갈등 대응 문화가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다. 갈등에 직면하면 개인은 위축되고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는 적대적이 된다. 구조는 언급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문화는 하루 아침에 변하는게 아니니 얘기하는 것조차 부질 없어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인지 갈등해결을 연구하거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 완벽한 이론이지만 현실성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전환 목표의 설정, 바람직한 결과
갈등전환에 기초해 갈등을 다룬다면 어쨌든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 솔직히 쉽지 않고 어떤 경우엔 목표 설정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갈등전환은 그냥 이상적인 이론에 불과한 것 아닌가? 여기에 대한 내 나름의 대답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실적인 장애나 도전에도 불구하고 갈등전환을 목표로 삼아 갈등을 다룰 때 더 바람직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갈등을 다루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고 그 결과 당장 전환의 목표를 100% 달성할 수 없다해도 적어도 그에 대한 단기적 대응 및 장기적 접근의 필요성에 대한 당사자들의 동의는 만들어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목표가 제대로 설정돼야 중간에 엉뚱한 길로 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갈등이 복잡하고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개인의 역량 형성은 무시하고, 관계는 운 좋으면 개선될 수 있는 문제로 치부하는 접근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비록 당장 구조를 바꿀 수는 없어도 구조의 문제 자체를 얘기할 수는 있고 대응 문화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공유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목표가 설정돼야 절차와 내용이 채워질 수 있는 것이다.
갈등전환을 이상적인 이론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론을 적용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갈등 현안을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개인, 관계, 구조, 문화의 문제까지 다루면 오히려 절차가 복잡해져서 갈등 현안도 제대로 다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한쪽 당사자가 부담스러워하는 관계나 구조의 문제를 다룰 경우 오히려 대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지만 변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전환 이론이 목표로 제시한 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부인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것이 갈등을 완벽하게 해결하고 갈등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접근임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한 마디로 좋은 것은 알겠는데 실행하기 복잡해서 싫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
모든 연구 분야에서 이론은 방향을 안내하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평화갈등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평화갈등연구에서는 반드시 현실 적용을 염두에 두고 이론이 제시된다. 연구의 가장 큰 목적이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갈등전환 이론도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고 당연히 현실 적용을 염두에 둔 것이다. 현실의 경험에 기초해 개발된 것이기도 하다. 실제 적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니 자신의 경험, 지식, 의지, 그리고 현실과 환경에 대한 주관적 판단에만 맞춰본 후 불가능하다거나 현실적이지 않다고 하는 것은 신중치 못한 판단이다.
'평화갈등 이야기 > 갈등해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등해결 연재 4 당사자 해결원칙 (0) 2016.05.18 갈등해결 연재 3 갈등과 한국문화 (0) 2016.05.10 갈등전환 & 피스빌딩 (0) 2016.03.15 갈등전환 & 관계 (0) 2016.03.10 갈등전환 & 구조적 접근 (0) 201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