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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전환 & 관계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6. 3. 10. 10:56
갈등전환, 관계에 초점
갈등은 사람들과 그들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이것은 내가 갈등을 한 마디로 설명할 때 하는 말이다. 즉 갈등은 사람들 사이에서, 특별히 관계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긴다는 얘기다. 서로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이에서도, 그리고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집단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기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개인갈등이든 집단갈등이든 관계와 무관하게 생기는 갈등은 없다. 설사 기존의 관계가 없거나 얕더라도 갈등이 생기고 지속되는 이유는 이제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즉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그로 인해 서로의 이익을 방해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관계가 계속 이어지고 그것이 향후 서로의 이익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관계와 갈등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관계가 없는데, 다른 말로 서로 아무런 관심도 없고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 사람이나 집단과 갈등까지 만들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갈등전환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관계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갈등 당사자들 사이에 만들어진 관계의 형태와 질, 그리고 관계를 좌우하고 유지하는 상호작용 및 소통의 방식이다. 관계가 상호이해와 인정에 기초하고 있는지, 아니면 상호 부정과 배제, 나아가 힘에 의한 통제와 억압에 기초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전자라면 관계의 질이 높고 그 결과 관계가 지속가능해진다. 갈등이 생겨도 그것이 관계의 파괴가 아니라 긍정적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렇지만 후자라면 관계의 질이 낮고 무엇보다 상대적 약자의 절망과 갈망에 의해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렇게 생긴 갈등은 파괴적으로 전개돼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갈등전환이 관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결국 관계가 완전히 파괴되고 공동체나 사회까지 파괴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갈등해결 접근이나 이론은 관계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관계는 갈등을 이해하고 해결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그럼에도 관계를 보는 방식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갈등해결 연구자나 직업적 실천가를 막론하고 관계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굳이 별도의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는 관계를 강조하면 오히려 갈등을 야기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관계의 개선이나 변화는 문제가 잘 해결하면 덩달아, 또는 운 좋게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어쨌든 관계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꼭 갈등해결의 목표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관계 변화, 갈등전환의 최종 목표
갈등전환이 관계에 주목하는 이유는 관계가 갈등을 해결하는 중요한 자원이 됨과 동시에 갈등의 근본원인인 구조의 문제를 다루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관계는 갈등전환의 최종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갈등전환이 갈등의 진원지인 구조의 문제를 성찰하면서도 동시에 관계를 끊임없이 강조하는 이유다.
관계가 자원이 된다는 것은 관계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어떤 갈등이든 결국은 사람들의 관계에 의해 해결의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설사 집단 사이 또는 시민과 공공기관 사이 갈등이라 할지라도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고 그들의 판단과 결정이 해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이유는 당사자들의 상호작용과 소통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데 그것은 결국 관계가 어떻게 개선되느냐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별히 고려할 것은 힘이 아니라 상호이해와 존중에 기반한 관계로 개선돼야 그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계의 변화, 즉 갈등을 만들었던 불안정하고 부당한 관계가 아닌 전혀 새로운 관계의 형성은 평화적 공존을 만드는 토대가 되고, 그렇기 때문에 갈등전환의 최종 목표 중 하나가 된다. 이렇게 변화된 관계는 갈등전환이 목표로 하는 바람직한 상황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관계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구조적 문제를 없애고 새로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구조가 관계를 악화시키기도 하지만 변화된 관계는 구조를 변화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 물론 당사자들의 관계가 개선돼도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번 자리 잡은 구조는 일정 범위 안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계가 개선되면 당사자들이 구조의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이해하고 구조를 개선할 공동의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생긴다. 사실은 이것이 관계를 개선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갈등전환은 관계가 결국 구조를 개선하는 자원이 된다고 본다.
사람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관계 속에서 갈등이 생기는데 갈등에 대응하거나 해결을 모색할 때는 관계에 관심을 쏟지 않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관계는 마치 '비합리적'이고 '사적'이고 '감상적'인 것처럼 취급하고 '논리적' '합리적' '이성적'이어야 하는 해결 과정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갈등전환은 관계가 갈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며 갈등을 해결하는 자원이 되고 나아가 갈등을 만든 상황을 전환시켜 바람직한 공존의 상황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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