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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해결 & 갈등전환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6. 3. 4. 15:24
전환의 등장
갈등과 갈등해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전환(conflict transformation)'이란 용어가 자주 쓰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해결과 구별하기 위해 전환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접근의 하나로 전환이란 용어를 쓰기도 한다. 평화학이나 사회학이 아니라 행정학과 관련지어 공공갈등을 다루는 사람들 중에도 전환이란 용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 관심이 이론을 심층적으로 이해한 것에서 출발했는지와는 별개로 말이다. 어쨌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몇 차례 갈등전환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이유는 내가 갈등전환 전공자기 때문이다. 내 대학원 학위는 갈등전환 석사고 박사학위는 평화학이지만 세부 전공이 갈등해결이고 공공갈등에 대한 전환적 접근에 대해 박사 논문을 썼다. 그러니 쓸 이유와 자격은 충분한 것 같다.
갈등전환을 전공했고 그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계속 해오고 있지만 나는 갈등해결이라는 용어를 주로 쓴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갈등해결이 갈등 연구 전체를 아우르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용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많은 갈등해결 연구자들처럼 나도 갈등전환을 갈등해결 연구 분야의 이론 중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갈등해결 분야에서는 사실 갈등전환을 가장 진보한 이론 중 하나로 여기고 모든 내용을 수용한다. 다만 각 연구자의 관심사와 실천 분야에 따라 실제로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조금씩 다른 고민이 있을 뿐이다.
갈등전환이 이론으로 제안된 것은 1990년대 초반 존 폴 레더락(John Paul Lederach)에 의해서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 그 용어를 고안한 것은 아니다. 그의 업적이라면 앞선 연구자들이 단편적으로 제안한 아이디어를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체계를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그는 갈등전환 이론의 선구자이자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난 대학원 시절 그의 강의를 몇 과목 수강했지만 사실 당시엔 그가 말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들려서 그것이 기존의 이론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내가 그 차이를 정확히 이해한 것은 박사 논문을 쓰면서였다. 어쨌든 그의 꾸준하고 체계적인 연구와 분석 덕분에 갈등전환은 갈등해결 분야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비판적인 접근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또한 무력 갈등(armed conflict)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연구와 현장 접근 때문에 피스빌딩(peacebuilding)과 병행해 이론적 연구와 현장 적용이 이뤄져오고 있다.
해결 or 전환?
존 폴 레더락이 갈등전환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은 1995년 출판된 책 Preparing for Peace: Conflict Transformation Across Cultures 를 통해서였다. 이 책은 갈등을 분석하고 다룰 때, 그리고 갈등해결 교육과 훈련을 할 때 문화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서두에서 그는 해결 접근의 한계를 설명하면서 갈등의 성격과 역동성을 이해하고 문제의 해결과 함께 관계와 구조의 변화를 위해 전환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2003년에 출판된 소책자 The Little Book of Conflict Transformation 에서는 갈등해결과 갈등전환을 비교하면서 해결 접근과 전환 접근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주장이 학문적, 실천적 분야로서 갈등해결과 갈등전환이 별개라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갈등해결 분야 안에 해결적 접근을 넘어선 전환적 접근이 있음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제시한 해결과 전환의 비교 중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갈등을 보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의 차이다. 해결 접근은 갈등을 바람직하지 않은, 다시 말해 비정상적인 것으로 본다. 반면 전환 접근은 갈등을 자연스럽고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본다. 이런 시각의 차이 때문에 목표에 있어서도 차이가 생긴다. 해결 접근의 목표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 또는 문제를 종결시키는 것이고, 전환 접근의 목표는 파괴적인 상황을 끝내고 바람직한 상황, 관계,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이런 차이는 평화갈등연구의 1세대 인물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 미첼(Christopher Mitchell)의 설명에 의해 오히려 더 명확해진다. 그는 2002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갈등전환이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고 오히려 갈등해결이 항상 추구했던 구조와 관계의 변화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환 접근이 다른 것이 있다면 해결 접근은 구조와 관계의 변화를 갈등해결의 궁극적 목표로 설정하지 않지만 전환 접근은 구조와 관계의 변화를 갈등을 다루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조건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여기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갈등전환은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갈등해결 연구의 진행 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갈등해결 분야 안에서 이론적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때로는 근본적 원인과 바람직한 변화를 외면하고 갈등의 종결에만 초점을 맞추는 접근과 차별적으로 이해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는 갈등에 어떻게 대응하고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갈등해결 연구의 이론적, 실천적 주제 및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평화갈등 이야기 > 갈등해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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