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
대선 후보 토론, 무기가 답?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2. 2. 8. 16:02
20대 대선을 앞두고 지난 2월 3일 네 명 후보들의 첫 토론이 있었다. 첫 토론이어서인지 깊이와 밀도가 부족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첫 질문은 “대통령에 취임하면 어떤 순서로 미국, 일본, 중국, 북한 정상을 만나겠냐?”는 진부한 질문이었다.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는 미국 대통령을 제일 먼저 만나겠다고 했고 이재명 후보는 상황에 따라 우선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지만 역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상정 후보만 현재 상황을 고려해 북한과 먼저 대화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은 자연스럽게 북한 문제로 이어졌지만 내용은 북한의 공격을 막기 위한 무기 체계 확보와 군비 증강에 초점이 맞춰졌다. 후보들은 경쟁하듯 북한을 제압할 최첨단 무기 체계에 대한 지식을 뽐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
-
종전선언의 의미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2. 1. 7. 15:40
종전선언은 외교 사안? 1월 6일 아침 신문에는 프랑스 상원이 1월 5일(현지시각) 본회의에서 정부에 한국전쟁 종전선언 채택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결의안에는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등 한국전쟁 당사국이 종전선언을 채택해 전쟁 상태를 공식 종식하고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수립할 수 있도록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국회평화외교포럼 대표단’이 프랑스 의회 외교.국방.군사 상임위원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한 일이 영향을 미쳤다는 뒷얘기도 보도됐다. 반면 같은 날 밤에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시 리시 상원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은 한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 않..
-
“북한 친구들 부럽다”가 북한 찬양이라고?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1. 12. 2. 15:00
경기도교육청이 공식 사회관계망에 올린 한 웹툰이 논란이 됐다.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에서 북한 학교에 대한 얘기를 듣고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북한 친구들 부럽다”고 한 것에 대한 것이다. 지금은 삭제됐지만 게재된 웹툰에서 아이들은 북한 아이들이 소풍을 가고 운동회를 하는 사진을 보고 “부럽다”고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등교도 못하고 지냈으니 한 말이다.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담임선생님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아이들은 “북한에 가고 싶다”고도 했다. 교사는 예상하지 못한 아이들의 반응에 대한 사연을 보냈고 그래서 웹툰이 그려진 것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북한 찬양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교육청에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교육청은 웹툰을 삭제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도교육청을 맹비난하..
-
한반도 평화와 창조적 상상력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1. 9. 28. 09:53
내가 가장 좋아하고, 반복적으로 읽는 책 중 하나는 존 폴 레더락(John Paul Lederach)의 The Moral Imagination이다. 레더락은 평화갈등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이론가이자 실천가 중 한 명이다. 내가 대학원 때 가르침을 받았던 교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평화로운 공존의 사회를 위한 평화적 접근과 갈등해결 노력을 포괄하는 피스빌딩(peacebuilding)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두에서 이론이나 현장에 필요한 도구 같은 걸 제시할 목적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책은 평화롭지 않은 사회 상황의 이해와 분석에 중요하고도 유용한 도구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좋아하는 다른 중요한 이유는 매력적인 책 제목 때문이다. 이란 ..
-
정전협정과 한국전쟁의 교훈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1. 7. 27. 09:44
일찍 끝낼 수 있었던 전쟁 7월 27일. 정전협정일이다. 정전협정 서명으로 한국전쟁은 중단됐다. 그러나 종식되지는 않았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한국전쟁은 종전선언이 아니라 정전협정으로 중단됐다. 그후 우리 사회는 내내 전쟁 같은 시간을 보냈다. 전쟁은 없지만 남북한이 끊임없이 서로를 공격하고 위협하고 증오하는, 그래서 결국 전쟁의 위험을 계속 안고 살고 있다. 1953년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지 못한 과오가 낳은 불안하고 위험한 현실을 우리는 매일 경험하고 있다. 전쟁의 최소한의 목표는 전쟁 전 상태의 회복이다. 바람직한 목표는 전쟁 전보다 나은 평화의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전쟁만이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전쟁(just war)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때문에 모든 전쟁은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하고 종전..
-
평화.통일교육, 전쟁 반대를 다뤄야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1. 7. 1. 10:32
한국전쟁, 그냥 전쟁으로 다뤄야 2021년 6월 25일로 한국전쟁 71주년이 지났다. 한국전쟁은 한반도의 비극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과거의 비극이라 부르는 이유는 한국전쟁이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의 생명을 위협했으며 삶의 기반을 초토화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심지어 학살을 당하기도 했다. 현재에도 비극인 이유는 한국전쟁에서 비롯된 남북한 사이 증오, 한국사회의 이념갈등, 남남갈등 등의 문제가 우리 삶에 여전히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수많은 학살의 진실도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막대한 피해를 낸 세계의 다른 전쟁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만큼 비극적이었던 한국전쟁이 계속되는 전쟁 준비와 군사력 강화를 위한 명분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
평화.통일교육, 통일의 당위성 강조해야 하나?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1. 4. 14. 17:24
학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평화.통일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문제이자 어려움 중 하나는 평화.통일교육을 통해 결국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통일에 대한 의구심과 부정적 인식을 부추겨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통일의 당위성만 강조하는 건 ‘교육’의 정체성과 모순된다. 보편적 가치, 지식, 정보 제공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하는 역량을 키우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의문인 건 통일의 당위성만 강조하는 교육이 정말 평화통일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다. 통일교육에서 평화.통일교육으로 변했어도 결국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되고 마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일방적 정보 제공과 해석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생각..
-
평화.통일교육의 정체성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1. 3. 26. 11:56
2018년 남북관계 변화와 함께 통일교육이 평화.통일교육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한반도 정책의 기조를 북한은 물론 동북아 및 세계와의 평화와 공동 번영으로 잡고 평화적 통일과 한반도 평화구축을 강조했다. 그에 따라 안보교육 중심이었던 통일교육도 평화의식 함양과 평화통일 실현 의지를 높이고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평화를 우선적 가치로 삼는 평화.통일교육으로 변했다. 그런데 평화.통일교육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평화.통일교육은 평화교육인지, 통일교육인지, 또는 평화교육과 통일교육을 모두 포함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혼란이 여전히 현장에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평화.통일교육은 평화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평화교육은 평화를 핵심 가치이자 최종 목표로 삼고 평화적 과정을 ..
-
한반도평화와 갈등전환 4-'적' 프레임의 전환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1. 1. 7. 11:06
북한, 경계의 대상? 협력의 상대? 정부는 통일교육을 평화.통일교육으로 바꾸어 실행하고 있다. 그 지침서 역할을 하는 건 통일교육원이 낸 이다. 이 문서 서두에 있는 '평화.통일교육의 목표'에서 서술하고 있는 내용 중 하나는 '균형 있는 북한관 확립'이다. 이것은 "북한 실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면서 북한에 대해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경계의 대상이지만 통일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협력의 상대로 인식하는 관점을 말한다"라고 적고 있다. 그 아래에선 "분단 현실에서 북한은 같은 동포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경계의 대상인 이중적 존재라는 사실을 균형 있게 인식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적'이며 다만 우리의 목표인 통일을 위해 불가피하게 협력해야 하는 상대라는 얘기..
-
한반도평화와 갈등전환 3-관계의 재설정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0. 11. 10. 15:10
관계의 재인식과 재설정 남북은 70년 이상 대립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북의 관계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단절할 수도 단절할 이유도 없다. 지리적으로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남과 북 모두 민족적 동질성을 강조하며 통일을 궁극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은 남북이 공유하고 동의하는 담론이자 목표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남북은 그동안 통일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통일을 염두에 둔 신뢰관계를 만들기 위해 크게 노력하지 않았다. 남북은 대립과 대결을 지속하면서 장기간 최악의 갈등을 겪는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살고 있다. 갈등 관계인 남과 북은 계속 싸우며 상대를 비난하고, 대화 테이블에 앉기 전에 힘겨루기를 하고, 주변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갈등 관계에서 흔히 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