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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폭력과 국민 감시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8. 6. 00:00
이른바 '윤일병 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조폭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 군대 내부반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졌고 그로 인해 멀쩡한 청년이 고통을 견디다 사망했으니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왜곡된 관심 병사 제도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고를 잊어버리기도 전에 난 사건이니 더 그렇다. 군대 내의 폭력은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막히다.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군대에서는 습관처럼 있던 일이지만 이제야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는 것 뿐이다. 여당의 한 의원은 30년 전에도 없던 일이 왜 지금 시대에 일어났느냐고 호통을 쳤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군대에서 입에 담지 못할 폭력이 수십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군대 폭력 사건이 생길 때마다 군이 대응하는 태도는 비위를 상하게 할 정도로 일관성이 있다. 군대는 기강이 필요한 곳이고 기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폭력이 있을 수 있다는 식이다. 거기에 군은 비밀 유지가 돼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속 사정을 모두 공개할 수 없다는 점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는 식이다. 군대를 다녀온 많은 남자들도 군대에서 받은 세뇌교육의 힘 때문인지 그런 논리를 지지하곤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말이 안되는 소리다. 사실 대한민국 사람이면 직접 군대에 다녀오지 않았어도 누구나 군대에 다녀온 가족이나 친구 중 한 사람 정도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러니 군대의 속 사정을 모두가 아는 셈이다. 그리고 징집제 때문에 남자들 대부분은 군대에 다녀왔거나 가야하는 사람들이다. 군대가 비밀 조직일 수 없는 이유다. 거기다 군대 폭력은 비밀 유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적이 알면 안되는 기밀이 아닌 것이다. 다만 알려지면 창피한 치부일 뿐이다.
군대에서 기도 안찰 엽기적인 일이 계속해 생기는 이유는 다른 공공 조직들과는 달리 시민 감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군이 알아서 잘하면 시민들이 나서서 굳이 감시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군은 이미 썩을대로 썩은 조직이다. 북한을 마주하고 있지만 비교적 긴장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수십 년 동안 유지돼온 군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삽질'이 주업무가 돼버린듯한 조직이다. 군과 관련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드러나는 사실들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직업군인들이 오히려 군의 필요성이 과장돼 있고 그로 인해 오히려 군이 많은 특권을 누리지만 시민 감시는 받지 않는 사회의 사각지대가 됐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한테는 군이 마치 신성한 조직인 것처럼, 군이 너무나 잘 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안전하다는 식으로 홍보를 하지만 자신들은 군이 그렇게 신성한 곳도 아니고, 눈을 부릅뜨고 근무하지 않아도 대한민국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군에서 온갖 금품 비리, 성추행, 자살, 타살, 폭행 등이 난무해도 조직을 개혁할 생각을 않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군에도 당연히 시민 감시가 필요하다. 군의 특수성 때문에 지금까지는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군이 오히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된 이상 계속 특권을 부여해줄 수는 없다. 군이 알아서 잘 한다면 오죽 좋겠는가. 그렇지만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 자체에 조사, 감찰, 개혁 등을 맡겨놓을 수는 없다. 군인들이 재미삼아 폭력을 일삼아도 그것을 '군대는 원래 그런 곳'이라는 생각으로 방치하는 비정상적인 태도를 가진 군을 도대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팔팔한 청년을 죽일 수도 있고, 바보나 병자로 만들어 내보낼 수도 있는 군대에 20년 이상을 힘들여 키운 자식을 보내 놓고 어떻게 편히 잠을 잘 수 있겠는가. 친척, 친구, 애인을 보낸 사람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국가가 강제적으로 부여한 군복무 의무 때문에 할 수 없이 군대에 가더라도 최소한 생명은 보장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군대가 시민 감시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는 군이 국민 세금으로 유지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일년 정부 예산의 10%를 쓰는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조직이 됐다면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감시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군이 제 기능을 회복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군 때문에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다. 모든 남자들이 일정 기간 군복무를 해야 하는 것이 그렇고, 폐쇄적인 군대에 가족과 친구를 보내고 노심초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그렇다. 또한 군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복지나 교육 등 다른 분야의 상황 개선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 그렇다. 그런데도 군에 특권만을 주고 감시를 받을 의무는 지우지 않는다면 아주 모순적이고 불합리한 일이다. 마지막으로는 군이 징집제로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들을 징집제 하에서 일정 기간 동안 무임금으로 활용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무임금으로 봉사하는 청년들에게는 최소한의 안전과 복지를 제공해야 하고, 가족들에게는 그들의 생활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사회에도 인력 운영 및 관리와 관련해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 최소한의 의무도 이행할 수 없다면 징집제를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군은 불가피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군에 대해서는 거의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 부분에 있어서도 논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불가피한 조직임을 인정하는 것하고 감시를 하는 것은 완전 별개의 문제다. 불가피하게 유지해야 하는 조직이라면 더 잘 기능할 수 있도록 오히려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군이 돈 먹는 하마가 되고 주인을 무는 미친 개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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