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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교전, 휴전, 국제 정치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14. 7. 25. 00:00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있는 유엔 학교가 폭격을 당했다. 16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 중에는 유엔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 병원으로 실려온 부상자들 중에는 어린 아이들이 많다. 최연소 사망자는 한 돌도 되지 않은 아이다. 사람들은 절규하고 있다. 한쪽은 바다고 다른 쪽은 이스라엘에 막혀 피난갈 곳이 없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최후의 피난처인 유엔 시설 공격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다. 어디도 안전할 수 없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두고 하마스는 당연히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로켓이 거리가 짧아 잘못 떨어졌거나 하마스의 공격 지점이 근처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부 보도는 이스라엘이 GPS를 이용해 정밀 타격을 한다면서 오폭의 가능성을 의심한다. 유엔은 양쪽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증거가 없으니 어느 쪽도 비난할 수 없다. 다만 사람을 죽이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원칙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을 죽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많다"며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어느 쪽도 지금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휴전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현재로선 휴전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국제정치다. 휴전이 아니고서는 죽음의 행진을 멈출 수가 없고, 이런 전면전을 어느 한 쪽이 명분도 없이 일방적으로 멈출 가능성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휴전 회담과 관련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고 세부 사항에 대해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도 아직은 별 뾰족한 수를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다.
제일 먼저 휴전의 전제가 되는 것은 공격의 중단이다. 그런데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서로 상대에게 먼저 전제조건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게 가자 지구를 지상 최대의 감옥으로 만든 봉쇄부터 중단하라고 얘기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게 지속적인 로켓 공격을 멈추라고 얘기한다. 하마스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고 이스라엘에게는 안전이 걸린 문제다. 크게 보면 양쪽 모두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공격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안전은 분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쪽이 안전하면 다른 쪽도 안전해지기 마련이다. 상호 공격이 사라진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그런 조건을 만들 수 있느냐인데 지금 현재는 어떤 식으로든 하루라도 휴전하고 대화부터 시작하는 것이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하는 길이다. 세부 사항은 그 뒤에 논의할 일이다. 그런데 하마스도 이스라엘도 지금은 먼저 휴전 회담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다음으로 휴전의 전제는 제법 괜찮은 중재자를 구하는 것이다. 미국도 유엔도 이집트에 기대를 걸었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좋다고 했고 하마스는 단칼에 거절했다. 이스라엘과 가까운 현 이집트 정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다른 중동 국가들이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마스의 후보자로는 터키와 카타르가 있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을 '쳬계적 학살'이라고 비난한 터키와 하마스에 돈줄을 대주고 있다고 의심되는 카타르를 이스라엘이 받아들일리는 만무하다. 국제사회는 고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는 중재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휴전 회담에서 무엇을 논의할 것이냐도 문제다. 하마스의 핵심 요구는 당연히 가자 지구 봉쇄 철회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장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봉쇄의 지속을 주장하고 있다. 이집트로 연결된 터널을 봉쇄시킨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시멘트 유입을 금지시킨 것도 그것이 주택 복구가 아니라 이스라엘 침투를 위한 터널 공사에 이용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핵심 현안은 하마스의 비무장화다. 특별히 지속적인 로켓 공격과 터널을 통한 침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비무장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경우 국제사회는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마스의 입장에서 비무장화는 꿈도 꿀수 없는 얘기다. 하마스 정권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정치세력이 될 수 있었던 근거가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무장 저항인데 그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또한 지난 수년 동안 무장 강화에 주력해 왔는데 그 힘든 결과물을 포기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하마스 입장에서 보면 약속이 지켜진다는 보장도 없는데 덜컥 비무장화에 합의하는 것은 바보도 안할 짓이다.
휴전 회담이 진행되고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다해도 여전히 남는 문제는 국제사회가 합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보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휴전이라는 것은 어쨌든 교전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다. 국제사회가 아무리 잘 감시해도 어느 한 쪽이 어떤 근거를 내세워 깨버리면 그만이다. 신뢰 제로인데다 긴 증오의 역사를 가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봐왔던 것처럼 어떤 약속도 깨질 가능성이 크고 서로가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모든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그리고 세계 모든 사람들이 휴전을 압박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사람들이 죽어가기 때문이다. 그것도 몇 명이 아니라 하루에 수십 명씩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간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쪽도 안전하지 않다. 그런데 휴전 회담의 전제 조건이나 휴전의 핵심 요구는 사실 어느 쪽에서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이다. 나아가 서로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거의 80년이나 지속된 깊은 불신, 증오, 대립이 위기상황이라해서 사라지지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전 회담의 가능성은 꼭, 조속히 열려야 한다. 하마스도 이스라엘도 자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휴전의 계기를 만드는 것은 국제정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날고 긴다는 똘똘한 국제정치의 귀재들이 제발 탁월한 구상을 만들어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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