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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승리의 동상이몽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14. 8. 2. 00:00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72시간 휴전은 어이없게도 2시간도 유지되지 못하고 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자살폭탄 공격으로 이스라엘 병사 두 명이 죽고 다른 한 명이 납치됐기 때문이다. 이 일로 이스라엘은 다시 무차별 공격을 가했고 결국 62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마스는 자신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에게는 그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알았다면 더 문제지만 몰랐다고 해도 무장세력들의 동향을 모두 파악하지 못하는 하마스와 휴전 협상을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문제는 한시적 휴전 상황인데도 터널 색출 작업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우긴 이스라엘의 잘못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그것을 탓해봐야 무엇하겠는가. 팔레스타인에 잠시 숨통을 트이게 해줄 휴전은 물건너 갔고 전쟁은 다시 격렬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 죽어가는 것은 민간인들 뿐이다. (그런데 후에 이스라엘은 자살폭탄 공격이 아니라 교전이 있었고, 납치된 병사는 사실 교전 중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번 전쟁은 지난 두 번의 이-팔 분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희생자 수도 그렇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상황도 다르다는 것이다. 때문에 휴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하마스는 정치적으로 고립돼 있고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런데 무력은 있다. 정치적 재정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력에 기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막대한 희생자와 피해를 낳은 상황에서는 그 희생과 파괴를 정당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이 전쟁의 끝에 무엇인가 가시적인 것을 얻어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가자 봉쇄 철회와 죄수 석방이다. 하마스는 희생이 늘면 당연히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중되고, 그러면 이스라엘이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스라엘 역시 이번에는 좀 다르다. 예전 분쟁에서는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포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하마스의 로켓탄을 걸러내 줄 아이언 돔이 있다. 덕분에 피해를 줄이고 여론을 잠재울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역시 이번 전쟁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 교전 기간에 비해 희생자는 많지 않기 때문에 공격의 강도를 높여 하마스의 무력을 약화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하마스가 먼저 도전장을 낸 상황에서 하마스를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붙이고 결국엔 깨부수는 것조차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군 사망자 증가와 국제사회의 압력이다. 이스라엘이 이번 병사 사망과 납치에 불 같이 화를 내는 이유도 이로 인해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스라엘 발표대로 자살폭탄 공격도 납치도 없었고, 병사들은 터널 주변의 교전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휴전을 깬 명분은 없어진 셈이다.)
문제는 각각 자신의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동상이몽을 가진 이-팔이 동승한 폭주열차를 멈출 기관사가 없다는 것이다. 유엔과 미국이 주선한 휴전 회담이 두 시간 만에 깨진 것이 그것을 적나라하게 증명해준다. 결국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스스로 더 이상 싸울 이유와 명분이 없다고 생각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 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이 둘은 여전히 전쟁으로 무엇인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증오를 낳고, 증오가 또 다른 희생을 가져온다는 역사적 교훈은 못본체 하면서 말이다.
두 정치집단의 무자비하고 무책임한 망상을 멈추게 할려면 도대체 국제사회는, 국제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할까? 어떻게 하면 최대한 압력을 가할 수 있을까? 이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정부들이 주도하는 국제 정치권의 여론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의 무차별 팔레스타인 공격을 비난하고 있다. 좀 톤이 다른 국제 여론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희생과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 비난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전략을 좀 바꿔 국제 여론도 하마스의 문제를 짚어야 한다. 사실 이스라엘이 하는 말이 모두 다 거짓은 아니다. 유엔은 하마스가 유엔 학교들에 무기를 숨겨 놓은 것을 발견해 강하게 항의를 했었다. 하마스의 수많은 로켓탄 중 일부가 이스라엘까지 날아가지 못하고 팔레스타인에 떨어졌다는 이스라엘의 주장도 일부는 사실일 가능성도 많다. 전쟁에서 오폭은 항상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는 이렇게 희생이 늘어나도 뭔가 얻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하고 있는 하마스의 태도다. 이제는 무장세력이 아니라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정치세력인데도 주민들의 희생에 대해 남 탓만 하고 있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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