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국가(IS) 공습, 악몽의 부활?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14. 9. 12. 00:00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동북부를 장악한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선언했다. IS는 그 이름에서부터 비뚤어진 극렬 이슬람 신앙의 냄새를 솔솔 풍긴다. 미국 언론들은 국가를 선언한 'IS'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예전 이름인 ISIS, 즉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국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뭐 별 차이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IS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무장세력, 또는 테러집단으로 규정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어쨌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IS의 이라크내 확장과 무장 갈등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망했다. 그랬던 미국이 이런 '중대 결심'을 한 이유는 IS가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IS 공습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틀린 판단은 아니다. 그렇지만 '과연 공습이 해답일까'에 대해서는 '글쎄올시다..."다.
미국이 지난 달 이라크 북부의 소수 종족인 야지디(Yazidi)족에 대한 IS의 학살을 막기 위해 제한적 공습을 감행했을 때만 해도 새로운 전쟁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에서 발을 빼는 것을 대선 공약으로 삼았던 오바마 행정부가, 그리고 내내 시리아 내전 개입을 꺼려왔던 미국이 IS에 정면 대응하는 것은 이라크 뿐만 아니라 시리아 내전에도 개입하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기자 두 명의 참수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 정치권의 입장은 강경 선회했다. 물론 미국 내 여론도 강경으로 돌아섰다. 알 카에다조차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는 극렬 이슬람 무장세력인 IS를 그냥 놔두는 것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IS를 소탕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지만 지상군 투입이 아니라 공습에 의존하고 다국적군을 결성해 공조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IS는 시리아 동북부와 이라크 북부를 장악하고 단시간에 국가까지 선언했다. 두어 달 전만해도 2-3천 명의 병력을 가진 소규모 무장세력이었던 IS는 이제 재정, 병력, 점령지, 대중지지 등 모든 조건을 충족한 강력한 무장세력이 됐다. IS는 이라크 제 2의 도시 모술을 점령해 지방 재정을 장악했고, 영국보다 넓은 점령지에서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게 됐으며, 원유를 밀매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무기도 질과 양에서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지역적으로 남아도는 무기에 더해 이라크군이 버리고 간 미국산 첨단 무기가 넘쳐난다. 무엇보다 든든한 기반은 충분한 병력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손쉽게 2-3만 명의 병력을 모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도 지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다른 나라 출신이 15,000명에 달하고 영국과 미국 같은 서방국가 출신들도 2,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미국 기자를 참수한 인물도 영국 출신이었다. 이 점이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미국 여권을 가지고 언제든지 미국 땅에 들어올 수 있는 IS 병사들이 맘만 먹으면 미국 땅에서 9.11과 같은 테러를 자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국 출신 테러범들을 상대해오고 있는 영국도 이 점에 대해서는 걱정이 태산이다. 어쨌든 IS는 이제 더 이상 중동 지역의 정치적 안정을 해치는 무장세력이 아니라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이 된 것이다. 이 점도 오바마가 IS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고 소탕을 다짐한 배경 중 하나다.
오바마가 IS 소탕을 선언한 것은 공교롭게도 9.11 테러 13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9.11 이후 미국은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었고 오바마는 두 전쟁의 후유증을 안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직도 그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가운데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바꾸면서까지 스스로 새로운 수렁으로 걸어 들어간 오바마에게 IS 공습이 정말 불가피한 선택인가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그것이 정치적 선택인지 아니면 여론의 압력을 뿌리치지 못한 선택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습으로 IS를 소탕할 수 있느냐다. IS를 키운 것은 비뚤어졌을지언정 이슬람 신앙과 서방에 대한 증오인데 공습으로 그 신념과 증오를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에서, 심지어 여성들까지 대규모로 모집하고 있는데 공습이 이뤄지면 9.11 이후 때처럼 오히려 지원병이 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IS에 대한 공습은 IS의 소탕이 아니라 끝을 장담할 수 없는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IS 소탕 작전은 미국에게, 그리고 전 세계에게 9.11 이후 겪었던 악몽의 재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알 카에다 소탕 명분으로 시작된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오히려 증오를 키웠고 전 세계 무슬림들을 자극해 오히려 테러가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극한 폭력성을 가진 IS가 단기간에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도 이라크 전쟁과 이라크 내 민족 분쟁을 야기한 서방 세계에 대한 증오다. 그리고 이런 증오는 야지디족 학살 같은 자신의 점령지역 내에서의 폭력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증오와 폭력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오히려 IS의 세력 확장을 도와주게 될 미국의 공습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전 세계적으로 극렬 이슬람 무장세력이 세를 확장해가고 있고, 그런 무장세력을 지지하고 직접 가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가 더욱 불안해질 것임을 의미한다. 이것은 전 세계 어디든 이동이 자유롭고 더욱 빈번해진 시대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분열과 전쟁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무고한 희생이 증가하며, 다양한 국가, 민족, 종교의 평화적 공존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결국 공습은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다. 누구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택은 이라크와 시리아 내에서 IS의 세력 확장을 막고 외부 가담을 줄일 정치적, 외교적 방법과 이슬람 세계와 비이슬람 세계와의 공존과 화해를 모색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의견은 미국 내에서 강경 여론에 밀려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9.11 테러 이후 겪은 또 다른 악몽의 재연이다.
'평화갈등 이야기 > 국제평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IS의 이슬람, 증오와 복수 (0) 2014.09.26 IS & 테러와의 전쟁 (0) 2014.09.16 이-팔 전쟁, 승리의 동상이몽 (0) 2014.08.02 이-팔 전쟁과 국가 폭력 (0) 2014.08.01 이-팔 교전, 휴전, 국제 정치 (0) 2014.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