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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슈, 새로운 갈등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20. 1. 29. 10:07
이견에서 갈등으로
가장 큰 명절인 '설'이 지났다. 명절 때 친척과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정치 얘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싸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싸움은 아니더라도 특정 정치 이슈에 대해 이견을 확인한 후에 분위기가 냉랭해질 수 있다. 그런데 거론하지 말아야 할 주제는 정치만이 아니다. 새롭게 등장한 사회적 이슈들도 마찬가지다. 성소수자 문제,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여성 혐오, 외국인 차별, 난민 수용, 차별 철폐 등 무궁무진하다. 새로운 사회적 이슈가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개인적 견해가 생기고 그것을 타인과 공유할 때 이견에 직면하게 된다. 사실 이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사람들은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 이견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을 아주 불편하게 생각한다. 실은 미처 생각을 하기 전에 감정적 불편함이 치밀어 올라옴을 느끼고 당황스러워 한다.
새로운 사회적 이슈를 두고 가까운 사이에 생긴 이견이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론 아무런 사전 관계와 신뢰의 문제 없이 자동적으로 이견이 갈등으로 발전되는 경우는 드물다. 관계와 신뢰가 깊지 않을 때 이견이 갈등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갈등이 되지 않더라도 이견의 확인이 새로운 긴장관계를 만들고 이견과 관련된 이슈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런데 새로운 사회적 이슈는 계속해 등장하고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과 이견 없이 세상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견에 잘 대응하는 태도와 행동을 수련하지 않으면 갈등에 직면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삶은 피곤해진다.
대응 역량 키워야
끊임없이 변하고 사회적 이슈가 계속 생산되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생기는 이견에 대응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점검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대응 역량이다. 다른 사람과 이견이 있음을 확인했을 때 사람들이 취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피하기'고, 둘째는 '자기 주장 피력하기'다. 피하기는 이견이 표출되고 어색하고 대립적이 되는 것을 아예 차단하려는 태도다. 그렇지만 사회적 이슈가 지속되는 한 계속 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자기 주장 피력하기는 상대를 설득하거나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태도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상대를 설득시키거나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대의 생각은 그 사람의 가치관, 세계관, 윤리의식, 도덕성, 삶의 경험, 생활 수준 등과 복잡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만하자'고 해도 그건 '내가 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런 두 가지 태도는 상황에 따라 선택의 여지는 있지만 대응 역량을 키우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응 역량을 키우려면 먼저 이견을 인정하고 예의바르게 자신의 견해를 공유하는 태도를 키워야 한다. 가까운 사이에서 예의를 갖추는 것은 쑥쓰럽고 간지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까운 사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한 태도다. 자기 확신이 강해서 상대와 더 얘기를 하고 싶다면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얘기하고 상대는 왜 다르게 생각하는지 묻고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 견해만 얘기한다면, 또는 들어야 한다면 공정하지 않다. 그건 결국 둘 사이에 힘의 차이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쪽은 막힘없이 자기 주장을 펼치지만 다른 쪽은 젖먹던 힘까지 짜내 인내심을 발휘하고 그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각자 자기 주장만 하면서 언성을 높이거나 이기려고 하는 것 또한 대응 역량을 키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심결에 언성이 높아졌다면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톤을 다운시킬 수 있는 말과 행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자의 견해를 공유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견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만 해도 이견이 갈등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대응 역량을 키우려면 이견에 쿨하게 대응하고 자기 의견을 나누는 연습이 필요하다. 가까운 사이에서 생긴 이견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감정적 불편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이견을 직면하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지금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온갖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주변 사람들과 생기는 이견에 자주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때로는 듣고, 때로는 말하면서 잘 인정하고 잘 대응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성숙한 인간, 그리고 시민이 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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