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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과 폭력사회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9. 10. 16. 14:58
자기 만족을 위한 폭력
가상공간이 더 환영을 받는 시대다. 모두 그곳에서 정보를 얻고 희로애락을 경험한다.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싸움도 한다. 사실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이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들어가는 이 가상공간이 없으면 삶의 의미나 활기를 찾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많은 사람이 그곳을 가장 중요한 생활 공간 중 하나로 여긴다. 하지만 그곳은 가장 폭력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과 '안전성'에 기대 많은 사람이 누군가를 공격한다. 공격은 야비하고, 비겁하고, 추잡하고, 반인권적, 반인륜적이기까지 하다.
댓글로 일컬어지는 의견 개시는 흔히 '선플'과 '악플'로 나뉜다. 그런데 애초부터 이것은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다. 뉴스나 각종 정보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얼굴과 이름을 알려지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마음 놓고' 경쟁하듯 댓글을 단다. 차마 직접 얼굴을 보고 할 수 없는 말과 글, 심지어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예의와 도덕성, 심지어 양심까지 저버리는 일이 댓글을 통해 이뤄진다. 가상공간 이용자로서 자신의 모든 스트레스와 불만을 댓글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권리 내지 자격을 부여받은 듯 행동한다. 그것이 법적 적합성을 따지기 이전에 개인의 존재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그리고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 되는 폭력임을 인지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
폭력을 가하는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자기 이익이다. 그런데 댓글을 통해 얻는 이익이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자기 이익이란 다양하다. 물질적 대가나 지위 상승 같은 것이 아니어도 '자기 주장'이라는 그럴 듯한 꼬리표를 붙여 누군가를 공격하고 그것을 통해 본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자기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얻는 가장 큰 이익 중 하나다. 나아가 자기가 싫어하는 누군가를 특정 영역에서 퇴출시키거나 사회적 죽음까지 선고할 수 있으니 얼마나 큰 이익인가 말이다. 물론 댓글이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성찰, 반성, 토론, 개선 등의 좋은 효과와 결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모든 바람직한 점을 상쇄할 정도로 만연된 공격성과 폭력은 이제 댓글이 갖는 '정체성'의 일부가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폭력
댓글이, 특히 누군가를 공격하는 악플이 만연된 우리 사회는 너무 폭력적이다. 댓글로 아무 잘못을 하지 않은 사람의 삶을 파괴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사회니 말이다. 악플을 다는 것이 인터넷 이용자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와 자유인 것처럼, 그리고 가상공간의 가장 큰 장점인 것처럼 포장되는 것 자체가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 및 개인의 민감성 부족과 강한 폭력성을 보여준다.
한 젊은 연예인이 사망했다. 행동이나 주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공직자나 정치인도 아닌데 단지 대중에게 알려진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공격의 대상이 됐던 사람이다. 그녀가 악플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는지는 알 수 없고, 직접적 사인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조금 다른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그녀가 쉼없이 악플에 시달려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서서히 죽어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녀를 죽인 가장 근저에 있는 문제는 악플을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제거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부족과 여전한 폭력성이다. 상대가 부당하게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댓글은 사회가 허용하면 안 된다. 그것은 이 세상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그리고 이 세상 모두가 감시할 책임을 가진 폭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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