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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빌딩과 한반도평화 6 중간자의 역할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18. 8. 17. 16:48
평화를 위한 중간자
싸움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히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불신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상호 신뢰와 협력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직접 접촉, 대화, 협상이 난항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폭력의 중단과 평화 정착까지의 포괄적 과정을 포함하는 피스빌딩과 싸움의 종식과 관계의 회복을 목표로 하는 갈등해결에서는 외부 제삼자의 역할을 중요시한다.
아담 컬은 이를 위해 적극적 조정(active mediation)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은 양측의 만남과 대화를 촉진시키는 단선적인 조정자(mediator)의 역할이 아니라 눈 앞에 놓인 장애물을 제거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이끄는 적극적 조력자의 역할을 말한다. 실제 그는 나이지리아 내전 종식을 위해 그런 역할을 했다. 그의 역할 수행에서 인상적인 면은 한쪽의 메시지를 다른 쪽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각 당사자와의 깊고 진지한 대화를 통해 편견, 오해, 적대감, 대결 심리 등을 완화시키고 관계, 상호 이익, 그리고 다수의 안전 문제를 볼 수 있도록 안내한 것이었다. 한편 존 폴 레더락은 아담 컬이 얘기한 적극적 조정자의 역할을 더욱 확대하고 구체화시켜 '중간자(intermediary)'라는 포괄적인 개념 하에서 각 상황과 단계에 적합한 다양한 역할을 제안했다. 거기에는 만남주선자, 화해중재자, 정보제공자, 진행자, 모니터 등등의 역할이 있다.
아담 컬이 제안하는 적극적 조정자의 역할은 북미대화에서 우리 정부에게 주어진 역할과 비슷하다. 아담 컬은 특별히 공식적인 문서를 전달하는 것보다 한 쪽의 말에서 맥락과 진심을 파악하고 그것을 다른 쪽에 전달하면서 편견과 적대감을 극복하고 모두를 위한 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한 조정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이런 적극적 조정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보도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공개된 내용이 전부일 것으로 보이진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한반도 문제에 직접 관련돼 있으면서 동시에 북미 대화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는 정부가 비핵화라는 당위적 목표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요구를 북한에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은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미국이 여전히 선비핵화와 제재 유지 및 강화를 주장하고 있고 우리 정부 또한 공식적으로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드는 우려다.
대중을 위한 중간자는?
우리사회 대중 사이 단절과 대립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중간자 역할도 필요하다. 소위 '남남갈등'이라고 하는 사회적 갈등과 단절은 지난 20년 동안 이념 및 정치 대립과 함께 굳어졌고 중요한 남북관계 및 한반도평화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함께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향후 한반도평화에서 가장 예측할 수 없고 큰 장애가 될 수 있는 것 또한 이런 남남갈등과 대중 사이 대립과 단절이다. 그런데 이는 사실에 대한 왜곡된 해석과 정보의 부족에서 비롯된 면이 강하다. '남남갈등'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대북지원을 두고 만들어졌고 왜곡된 '퍼주기' 담론과 북한에 대한 이념적 거부 및 증오와 관련해 강화됐다. 사실과 데이터가 아니라 그것을 이념에 따라 해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굳어졌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그런 대립과 단절의 상황 및 정서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쩌면 더 중요한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대중은 남북문제 및 한반도평화와 관련된 정보와 데이터가 없어서 그때 그때 정치 및 사회 상황과 보도를 보면서 피상적으로 판단하거나 눈 앞의 단편적 이익을 쫓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특정 정치 사회 집단의 의도에 쉽게 노출되고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개선 및 회복, 그리고 한반도평화를 위해서는 대중 사이 단절을 극복하고 남북문제와 한반도평화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발전시키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상반된 견해를 나누고, 왜곡된 정보를 수정하고, 스스로 현재의 상황, 당면한 문제, 공동의 미래 등을 토론할 수 있도록 만남과 과정을 계획하고 실행을 돕는 중간자 역할이 필요하다. 특별히 존 폴 레더락이 언급한 내용 중 사실확인, 진행, 역량강화 등의 역할을 할 중간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는 이 역할을 하고 있는 주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도, 시민단체도, 풀뿌리 영역도, 그리고 언론도 모두 마찬가지다. 각자 자기 목소리만 내고 그것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의 평화적 공존과 한반도평화는 모두의 노력과 지지 없이 이뤄질 수 없고 그 핵심 역량은 대중에게서 나와야 한다. 그러니 대중의 단절과 대립 문제를 다룰 중간자 역할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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