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배치, 희생 강요하는 사회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17. 9. 4. 11:14
성주&김천, 안 됐지만 할 수 없다?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두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0일, 배치지인 성주군 소성리 주민들과 영향을 받는 김천시 주민들은 추가 배치를 막기 위해 국민비상행동주간을 선포했다. 덧붙여 사드 배치 기미가 보이면 달려와 저지에 동참해줄 것을 전국민에게 호소했다. 사드 배치는 수 차례 굵직한 논란을 겪으며 현재 상황까지 왔다. 합당한 검증과 합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배치 결정, 보여주기 식의 배치지 변경, 정권 교체를 앞둔 상황에서의 전격 배치, 그리고 희망을 뭉개버린 현 정부의 추가 배치 결정 등 사드 배치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은 많은 문제를 조명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한 가지는 '국가 안보' 담론이다. 마법과도 같은 '국가 안보'는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한국인에게 그렇게 많다는 '정'마저도 깡그리 말살시킨다.
남북의 대립 상황 하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삶이 하루아침에 뿌리부터 흔들리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상황을 목격해 왔다. 금강산 관광 중단이 그랬고, 개성공단 폐쇄가 그랬다. 사드 배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근본적인 이유는 남북 대립과 불안정한 한반도 상황이 아니다. 개인의 삶보다 국가의 안보를 우선시하고, 그런 담론이 정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 담론은 대중의 생각과 가슴도 지배하고 있다. 국가 안보 담론에 매몰된 정부, 정치권, 그리고 대중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있는(사실은 이미 상당 부분 무너져 내렸지만) 성주와 김천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 오히려 매몰차게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안 됐지만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중은 그곳 사람들을 '매국노' 취급하고, 시민단체들의 꼬임에 넘어간 것처럼 매도하며, 생각 없는 노인들이라고 욕하는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에게 정말 묻고 싶다. 자기 사는 곳 코 앞에 사드 배치지가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할 것인지 말이다.
희생의 강요, 민주주의 사회 맞나?
'국가 안보' 담론과 함께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희생을 강요하는 또 하나의 담론은 '공익'이다. 정부는 물론 대중도 ‘공익’, 다시 말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내세워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하곤 한다. 정부도 대중도 사드 배치가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고, 국가 안보는 곧 공익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 근저에는 공익을 위해서는 누군가 희생될 수도, 나아가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구시대적, 반인권적, 반민주적인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정부가 해왔던 각종 국책 사업의 근저에 깔려있던 담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담론은 지극히 모순적이다. '공익'이면 모두에게 이익이 돼야 하는데 특정 지역이나 주민, 다시 말해 국책 사업으로 인해 건강이나 재산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게는 이익이 아니라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익을 위해 정말 필요하다면 해당 지역사회와 대화 및 합의를 거쳐 진행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수용을 강요하며, 나아가 공익을 내세워 여론을 설득하고 해당 지역사회를 고립시키는 방식을 취하곤 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이와 같은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저런 얘기 할 것 없이 그냥 심플하게 한 가지만 생각해 보자.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누가 감히 다른 누구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있나? 적어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아무도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하물며 정부는 더욱 그럴 수 없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민주주의 정부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의 권리와 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부의 임무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가 안보'나 '공익'이 아니라 다른 더한 것을 들어서라도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이런 민주주의의 원칙을 거부하고 정부든 대중이든 계속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안보를 위해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있는가?'이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했으니 사드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드는 핵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북한과 중국에 압박 수단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소용없음이 이미 밝혀졌다. 그런데 핵심은,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소수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해 얻어지는 안보가 국가 안보로서 진정 의미가 있는지 우리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희생도 허락하지 않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노력에 동참은 못할지언정 논리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은 '희생' 담론으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사람들의 가슴에 대못 박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 이 글은 지난 8월 30일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의 <진밭평화강좌>의 강연 중 일부를 발췌해 수정한 것이다.
'평화갈등 이야기 >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화, 그 어려움에 대하여 (0) 2017.10.14 언론, 전쟁에도 냉정할 것인가 (0) 2017.09.27 사드는 안보 문제? (0) 2017.04.27 북한만 보는 안보 프레임 (0) 2017.02.16 5차 핵실험, 분노하면 뭐하나 (0) 2016.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