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갈등해결 연재 1 공공갈등, 왜 증가하나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6. 9. 9. 09:59
사회변화, 그리고 '공공'?
어쩌다보니 대한민국은 거의 '갈등공화국'이 됐다.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갈등이 연속적으로 생기고 오랜 동안 지속되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사회가 작아서인지 갈등이 생기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고 그래서 갈등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거기에 새로운 갈등이 계속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파급 효과를 낳고 사회적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갈등은 공공갈등이다. 공공정책이나 공공사업, 또는 그것들을 집행하는 과정과 절차를 둘러싸고 생기는 갈등이다. 주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그리고 특정 시민들과 지역사회 등이 대립 관계를 형성한다.
공공갈등이 많아지는 이유는 사회가 변했기 때문이다. 15-6년 전에는 공공갈등이라는 용어조차 없었고 그보다 전에는 공공갈등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공공갈등이 생기는 주요 원인은 공공정책이나 공공사업에 영향을 받는 개인, 또는 집단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저항하기 때문인데 '공공'의 문제에 평범한 시민들이 이견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도,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사회가 변했고 사람들의 생각도 변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공공'이란 말이 붙은 일로 인해 자신의 삶과 이익이 침해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또한 '공공'이란 말이 붙은 일, 그러니까 정책이나 사업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정당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아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일도 많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 10여 년 동안 간접적으로나마 이런저런 공공갈등을 겪으면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저항하지 않으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먼저 의견을 묻거나 알아서 배려해주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공공갈등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으로 변한 것이다.
과거는 안녕~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공공갈등이 없기를 바랄 것이다. 공공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책이나 사업을 계획한 대로 진행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오는 온갖 부담과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그래서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빠른 시일 안에 갈등이 일단락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갈등이기 때문이다. 갈등은 상대가 있는 문제고 상대가 자기 입장이나 이익, 그리고 삶의 필요에 따라 판단했을 때 중단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그리고 그에 대응해 자신도 어떤 이유에서건 중단하기로 결정해야 갈등이 종료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공갈등은 여기에서부터 어긋난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어떤 상황에서건 갈등이 빨리 종료되기를 원하고, 상대 편인 특정 시민들이나 지역사회는 자기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갈등을 확대시키길 원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때로 법적 근거나 '공공이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 상대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고 그 결과 갈등을 완화시키거나 일단락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논리가 작동했다면 애초 갈등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공공갈등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특정 개인들이나 집단이 법적 근거나 정치적, 사회적 정당성과 상관 없이 자기 이익을 중심에 두고 절대 피해받지 않겠다고 결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들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자기 이익보다 시민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정책과 사업을 구상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사회는 계속 변한다. 특별히 한국사회는 압축적 경제 성장만큼 사회 변화도 압축적으로 단시간에 이뤄지고 있다. 사람들의 생각, 정치 사회 문제의 이해, 시민 의식, 권리 의식 등도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공공정책, 공공사업, 공공이익, 법적 근거, 사회적 압력 등 어떤 것을 들이대도 시민들은 자신들이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자신의 이익과 생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상대가 누구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공공갈등이 없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물론 지금과 완전히 다른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다시 말해 정책과 사업 구상 단계부터 영향을 받을 개인 또는 지역사회와 계획과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논의한다면 갈등이 생기지 않거나 생겨도 악화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솔직히 우리가 그런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소극적이고 부실한 대응이 공공갈등의 발생과 악화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시민들의 저항 없이 공공정책과 공공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과거를 빨리 잊고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현명한 대응의 첫 걸음이다. 과거는 이제 안녕이다.
'평화갈등 이야기 > 갈등해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등해결 연재 10 게임 규칙의 공유 (0) 2016.10.14 공공갈등해결 연재 2 다수의 당사자 (0) 2016.10.04 갈등해결 연재 9 대화, 만만치 않지만... (0) 2016.08.29 사드님, 어디로 모실까요 (0) 2016.08.22 공공갈등, 대응이 문제야 (0) 201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