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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님, 어디로 모실까요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6. 8. 22. 14:42
올 것이 왔다
사드 배치 문제를 보는 내 시각은 두 갈래다. 하나는 평화연구자이자 평화교육자로 사드라는 무기를 보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갈등해결 전문가이자 교육자로서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갈등을 보는 시각이다. 첫 번째 시각에 근거해 나는 원칙적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 무기로 평화를 성취할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사드 배치가 한반도 평화를 깨고 정치, 경제, 사회 면에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렇지만 평화는 평화적 방법으로 성취돼야 한다는 기본 입장이 먼저다. 내게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지만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꾸준히 그 가치를 공유할 방법을 모색할 뿐이다.
두 번째로 사드를 둘러싼 갈등을 보는 시각은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갈등 당사자를 중심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주'라는 지역사회의 저항과 정부의 대응 방식, 특별히 사드 갈등으로 지역사회가 깨지고 그런 결과를 정부가 야기하는 상황이 생길 것에 대한 우려에 맞춰져 있다. 그런에 이런 우려가 이미 현실이 돼 버렸다. 사회적, 지역적 합의 없는 국방부의 일방적 결정과 발표 후 성주는 급속도로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지만 다행스럽게도 지역사회가 한 목소리로 냈다. 그런데 이제 성주는 대책위 안에서조차 분열이 생기고 지역사회가 크게 둘로 나뉘어 대립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다른 많은 공공갈등에 비춰 예상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공공갈등이 생기면 처음엔 정부나 공공기관과 지역사회 사이에 갈등에 생기다가 결국 지역사회 내 갈등으로 번지곤 한다. 그런데 막상 이것이 성주의 현실이 되니 안타까움이 너무 크다. 여기에 더해 성주 대책위는 국방부에 제3 후보지 선정을 요청했다. 그런데 그 후보지는 이미 알려진 곳이고 옆 지역인 김천이 대신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이 됐다. 성주는 자신에게 향하던 미사일을 다른 곳으로, 그것도 옆 지역으로 돌려달라고 요청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것이 정부와 국방부의 무책임한 갈팡질팡 행정과 성주군에 대한 압박의 결과지만 결국 성주가 악역을 맡아버린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성주 지역사회는 이제 사드 반대 철회와 제3 후보지 선정 요청을 두고 내부 갈등에 직면하게 됐다. 이것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사드 피해를 피했지만 성주는 지역사회 분열과 파괴라는 더 큰 문제를 목전에 두고 있다. 나는 이제 성주 지역사회가 겪을 내부 갈등이 가장 걱정이다.
사드는 요술봉이 아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가장 비판을 받아야 할 주체는 당연히 정부와 국방부다. 불투명한 밀실 결정, 오락가락 입장, 성주에 책임 전가 등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성주에게 다른 후보지를 모색하고 요청할 책임을 전가한 것은 가장 잔인한 것이었다. 정부는 마치 성주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처럼 얘기했고 성주 대책위는 대안을 찾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인 것처럼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제3 후보지 물색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에서 성주군수가 "대안 없는 반대는 해결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얘기한 것을 보면 말이다. 대안을 찾는 것은 정부와 국방부가 할 일이지 성주가 할 일이 아닌데도 그렇게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성주가 공식적으로 요청했으니 이제 제3 후보지를 검토하겠다고 받아치는 국방부의 행동은 너무 비겁하고 속 보인다. 교묘하게 성주에게 악역을 넘겼으면서 아닌 척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루 아침에 가장 유력한 후보지인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인근에 위치한 김천은 벌써 저항하고 있고 반대 대책위 구성을 앞두고 있다. 비록 그곳이 행정구역으로 성주군이지만 김천에 가까워 김천 사람들이 고스란히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성주와 김천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와 국방부는 롯데스카이힐이 성주군에 있고 성주군이 성주군 내에서 제3 후보지를 요청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겠지만 그런 논리로 김천의 저항을 막을 수는 없다. 전자파가 행정구역을 따지는 것도 아닌데 영향권에 들게 된 김천이 저항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한 일이다. 사드 배치는 후보지를 아무리 바꿔도 계속 강력한 저항과 해당 지역사회와 정부 및 국방부와의 갈등을 낳을 것이다. 결국 정부와 국방부가 나서서 연쇄적으로 공공갈등을 만드는 꼴이 될 것이다. 아무리 국가 안보를 들이대도 그것은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방부는 사드가 '국가 안보' 현안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나 지역사회와의 타협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사드를 국가 안보를 위한 '요술봉'으로 포장하고 절대적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백번 양보해도 당장 사드는 눈 앞의 국가 안보나 국민 안전이 아니라 비상용 소화기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알다시피 화재는 예방이 최선이다. 또한 사드가 미군을 위한 것인지 우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크다. 이렇게 사드의 효용, 또는 불효용 사이에는 수많은 이견과 변수가 존재한다. 사실 올해 미국 대선과 내년 우리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북한의 태도, 북-미 관계, 남-북 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도 그러면 사드의 효용성은 추락할 수도 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변수는 국민들이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지역 생존 문제를 희생하면서까지 사드를 국가 안보와 자기 안전을 위한 도구로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굳힐 것이냐다. 여전히 의심이 높다면 사드 배치 반대는 해당 지역에서, 그리고 전국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국방부는 이 많은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처음 입장과 계획만을 고집하고 있다. 아무리 정부가 국가 안보를 내세워도 국민들이 사드를 국가 안보, 무엇보다 자기 안전의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수의 국민, 무엇보다 배치 후보 지역의 지속적인 저항만 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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