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해결 연재 8 지혜와 용기가 필요해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6. 7. 28. 10:33
해결? 흔히 하는 실수!
다른 사람이 대신 해결해줬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 중 하나가 갈등이다. 단언컨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 갈등은 얄궂게도 반드시 당사자, 그러니까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물론 갈등해결이나 법률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들이 아무리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졌어도 대신 갈등을 해결해주진 못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얘기를 들은 후 전체 상황을 정리하고,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대응할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갈등 상대와의 대면과 대화를 위해 구체적인 도움을 구하면 그것을 해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러니 갈등은 피할 수가 없다.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만 혼자 할 수는 없다. 갈등에는 항상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갈등에 직면하면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인 이 사실을 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혼자 머리 싸매고 고민해서 해결책을 결정한 후 상대에게 그것을 제안한다. 물론 상대를 만나 제안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상대는 잠 못자고 고민해 만든 해결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면 실망하고 화를 내며 다시는 상대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것이 갈등에 직면한 사람들이 가장 흔히 하는 첫 번째 실수다. 사실 상대가 자기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결정을 거부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생각 때문에 상대의 거부를 이해하지 못한다.
갈등에 직면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두 번째 실수는 자신과 갈등 관계에 놓인 상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그렇게 해서 갈등을 해결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 또한 자신이 옳다는 생각, 그리고 주변의 여론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거나 곤란하게 만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동시에 상대를 회피하려는 시도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접근은 상대를 화나게 만들 뿐이다. 나아가 신뢰, 관계, 소통 등을 단절시켜 해결의 가능성을 낮춘다. 갈등이 스스로, 그리고 상대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기본 이해가 없기 때문에 이런 실수를 한다.
이기기? 해결하기!
사람들이 자주하는 세 번째 실수는 갈등을 이겨야 하는 싸움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갈등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이 아니며 흔히 관계, 구조,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실제 그런 기회를 찾는 과정에서 갈등이 만들어지곤 한다. 그런데 갈등을 싸움으로 보면 절대 변화의 기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대의 인정과 대응 없이는 변화가 불가능한데 싸움은 상대를 방어적, 공격적으로 만들고, 그 결과 어떻게 해서든 이기든 것에만 관심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점은 다소 민감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사회운동 차원에서 갈등에 대응하는 사람들은 '싸우지 않는' 접근을 불편하게 보거나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싸우지 않는 것은 정의와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갈등 현안은 절대 선이나 악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그런 구분은 결국 각 개인 또는 집단의 가치관과 판단에 근거한 것일 뿐이다. 때문에 법적 정의나 사회적 정의에 맞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갈등을 선과 악의 대결로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싸움으로 볼 수는 없다.갈등을 싸움으로 보면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게 되고 적과는 관계와 소통을 끊어버리고 끝까지 논쟁과 대결을 통해 이겨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게 된다. 그런 생각으로는 절대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갈등을 이겨야 하는 싸움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하는, 그래서 되도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회로 봐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시각을 변화시키면 상대와 소통을 복원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정당성을 갖게 된다. 대화를 위해 상대에 접근하는 것을 패배나 굴복이 아니라 해결을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된다.갈등은 누구나 직면하는 일이지만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갈등에 잘 대응할 특별한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그 지혜를 찾는 일은 지금까지 갈등에 직면했을 때 상투적으로 저질렀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 후 다른 접근을 시도하기 위해 상대에게 다가가는 용기를 짜내야 한다. 지혜와 용기는 갈등에 정면 대응하고, 상대에게 꾸준히 대화 의지를 보내고, 상대를 대면하며, 대화의 가능성을 찾고 포기하지 않는 행동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새로운 접근은 반드시 새로운 해결을 만든다.'평화갈등 이야기 > 갈등해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드님, 어디로 모실까요 (0) 2016.08.22 공공갈등, 대응이 문제야 (0) 2016.08.15 사드 반대, 님비 현상? (0) 2016.07.15 갈등해결 연재 7 갈등, 가치의 충돌 (0) 2016.07.01 신공항 갈등, 당사자는? (0) 201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