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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님비 현상?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6. 7. 15. 11:46
성주의 님비 마인드
사드 배치가 성주로 결정된 이후 새삼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님비란 발전소, 쓰레기 매립지나 소각장, 하수처리장, 교도소, 철로 등 사회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시설이지만 '내 뒷마당에는 안 돼'라고 얘기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사회는 이것을 '지역 이기주의'라는 말과 함께 쓰기도 한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사람들, 그리고 사드를 찬성하는 정치인들은 성주 사람들이 님비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단순하게 성주의 반대를 설명할 수 있을까?
성주 사람들의 반대를 님비 현상으로 규정하려면 먼저 그들이 사드 자체에는 찬성하는지를, 나아가 그들이 성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설치하라고 주장하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성주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사드 자체에는 찬성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기존의 여론 조사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조금 높았던 것을 보면 이 짐작은 거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사드에 대한 부분적인 논쟁만 있었을 뿐 국민 전체에게 충분하고 명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찬성은 불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성주 사람들이 다른 곳에 배치하라고 주장하면 모를까(물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드에 대한 합리적 위험성에 근거해 성주 배치에 반대하는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님비라고 얘기하기 힘들다. 더욱이 땅값 하락과 농업 피해 등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고, 어떤 경제적 보상으로도 상쇄되지 않는 건강 위협을 염려해 반대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사드 배치 문제는 님비 현상, 또는 지역 이기주의라는 말을 적용할 수 없는 사례다. 대통령과 국방부는 사드가 없으면 곧 남한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 쑥대밭이 될 것처럼 말하지만 그런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또한 사드의 효율성에 대한 객관적 증거도 부족하니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볼 수가 없다. 무엇보다 사드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기존의 여론조사를 봐도 반대가 거의 반이다. 쓰레기 소각장, 하수처리장, 발전소 등은 필요성을 모두 인정하지만 사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니 사드 배치 반대에 님비나 지역 이기주주의를 갖다 대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일이다. '님비' 거론은 불순한 물타기와 성주 사람들의 반대를 매도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공공갈등과 님비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성주의 반대로 대형 공공갈등이 시작됐다. 정부는 분명 갈등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보'라는 명분으로, 그리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갈등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사드 배치 갈등이 일단락되지는 않을 것이다. 성주가 아무리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지역이라도 생존의 문제가 걸린 문제를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주가 기존의 공공갈등 경험 지역의 전례를 따른다면 앞으로의 갈등 전개는 대충 예상할 수 있다. 성주 사람들은 한 동안 강하게 저항할 것이고 정부와 정치인들의 회유, 설득, 협상, 보상 언급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일부 사람들은 정부의 힘에 밀려 포기할 것이고(절대 찬성이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끝까지 저항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밀어붙인다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와중에 지역사회는 반으로 깨질 것이고 성주는 더 이상 참외 농사가 잘 되고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 상호 비방과 증오가 난무하는, 그리고 이웃과 친척도 원수가 되는 반지옥이 될 것이다. 제발 성주가 이런 예상을 빗나가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성주의 선택에는 정부, 국회, 여론, 언론 등이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선택도 성주의 선택과 무관치 않게 될 것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정책과 사업에 대한 사람들의 반대를 그냥 쉽게 님비나 지역 이기주의로 정의하면 다루기가 훨씬 쉬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정책이나 사업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고, 갈등을 유발했다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즉 문제는 '필요성'에 근거한 정책이나 사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기적인 생각과 태도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갈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해결도 되지 않는다. 설사 그것이 님비 마인드에서 비롯됐다 해도 당사자는 무엇이든 거부할 자유와 권리가 있고 그래서 갈등이 생겼기 때문에 그런 말로 갈등의 존재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니 손 쉬운 딱지 붙이기가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 당사자와의 지속적인 논의, 당사자 참여를 통한 결정 등을 통해 공공갈등에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만 성주의 사드 반대로 시작된 이번 공공갈등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그러니 갈 길도 험하다. 정부가 사드의 필요성 여부부터 재논의한다는 결정을 하지 않는한 성주와 정부의 갈등은 피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을 것이다. 설사 성주 배치 결정이 취소되더라도 사드 배치 결정이 남아있는 정부는 다른 곳에서 계속 갈등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사드가 가진 치명적 영향 때문에 어떤 곳에서건 갈등은 고강도의 저항과 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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