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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갈등, 당사자는?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6. 6. 23. 12:07
신공항 백지화, 반가워할 사람은?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신공항 입지를 저울질했던 연구 용역 결과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던 사람들한테는 허탈한 일이 됐겠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가장 바람직한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탈락한 두 지역에서는 정치적, 사회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뉴스는 연일 신공항 백지화 결정이 가져올 영향과 두 지역의 민심을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뉴스에서 다뤄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신공항 후보지였던 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결정이 나기 전 두 후보 지역의 갈등이 첨예화됐을 때도 막상 후보지에 사는 주민들에 대한 뉴스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뉴스는 철저하게 밀양과 부산의 유치 경쟁과 정치인들의 개입 및 지원 활동에만 초점을 맞췄다. 물론 정부가 주민들에게 관심이 없었고 주민들의 생각을 묻거나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곳 중 하나가 결정됐다면 그들은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당사자인 그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그러니 모든 뉴스가 유치 경쟁을 앞다퉈 보도할 동안 주민들은 마음을 조리면서 냉가슴을 앓고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후보지 주민들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 용역도 후보지 주민들의 상황이나 저항으로 인한 갈등의 발생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보도에 의하면 연구 용역을 실시한 사람들은 지난 1년 동안 두 곳 후보지를 6차례 방문하면서 철저하게 자신들을 숨겼고 주민들이 물으면 "땅보러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철저하게 당사자가 배제됐으니 두 곳 중 하나로 결정이 됐으면 곧바로 주민들과 정부와의 갈등이 시작됐을 것이다.
갈등 둔감성, 갈등사회의 근본원인
공공정책이나 사업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우리사회의 공공갈등은 위험 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정책, 국책사업, 지역사업 가리지 않고 항상 갈등이 생기고 제대로 해결되는 갈등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해결되지 않는 갈등은 힘으로 억압되거나 봉합되고 결국 당사자들, 그러니까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무릎을 꿇고 패배감과 절망감을 맛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공갈등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일방적인 결정과 절차 진행이다. 때로는 당사자에게조차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 채 입지 선정 작업이 이뤄지고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도 한다. 그러면 주민들은 소외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저항하게 된다. 그렇게 갈등은 시작된다.
이런 접근이 의미하는 것은 힘의 논리와 구조적 문제의 지속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당사자를 배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정당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동시에 제도적으로 주어진 결정권한과 인적 물적 자원에 의존한 힘으로 당사자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사 최종적으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원하는 대로 결정이 난다해도 갈등은 피할 수 없고 때로는 장기간 갈등에 직면해야 한다. 그로 인한 개인, 집단, 사회가 입는 정신적, 신체적, 물질적 손실은 측정 불가능한 수준으로 크다.
이런 일은 우리사회의, 특별히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갈등 둔감성에서 비롯된다. 갈등을 예방하고 조기에 잘 해결하려면 정책이나 사업의 수립 단계부터 갈등의 가능성을 고려하는 갈등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잠재적 갈등 당사자를 파악하고 그들의 의견을 묻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이런 접근은 많은 선진국에서 이미 실행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는 흔히 논란이 없을 것 같은 일에만 선별적으로 적용되고 뻔하게 심각한 갈등이 예상되는 일에는 오히려 적용되지 않는다. 때로는 이번 신공항 갈등에서처럼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소외시키고 목소리 큰 사람들이 논의를 선점하도록 방치하고 공공기관도 그들에게만 대응하는 일이 벌어진다. 수많은 사례가 있고 치명적인 갈등을 계속 겪고 있음에도 여전히 갈등에 둔감한 체계와 대응 방식이 매일, 그리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지속시키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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