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 죽음의 탈출로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15. 4. 23. 00:00
지난 19일 이탈리아에 가까운 지중해에서 최악의 해난 사고가 발생했다. 리비아에서 출발한 배가 전복해 8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이다. 구조된 인원은 고작 28명이었다. 사실 정확하게 몇 명이 탔는지도 알 수 없다. 구조된 사람들의 증언은 400명에서 950명까지 다양했고 이탈리아 검찰은 구조 작업을 한 포르투갈 상선의 증언 등을 종합해 850명 정도로 승선 인원을 결론냈다. 결국 800명 이상이 죽은 셈이다. 어선인 이 배에 승선한 사람들의 국적은 에리트레아, 시리아, 소말리아, 시에라리온, 말리, 세네갈, 감비아, 에티오피아, 아이보리코스트 등 다양했다. 선장을 포함한 몇 명의 선원을 제외하고 이들은 모두 불법 이주자나 난민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일 밑칸에 승선했고 문이 잠겨져 있었기 때문에 탈출하지 못했다. 구조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돈을 더 주고 갑판에 가까운 위쪽에 승선한 사람들이었다. 이 참혹한 사고로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고, 여론도 들끓고 있다.
불법 어선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진입하려는 아프리카나 중동 출신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해양 사고가 발생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중해는 이미 죽음의 탈출로가 되었고 올해만 벌써 1,750명 정도가 사망했다. 작년에는 3,300 명 정도가 사망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는 희생자 수가 너무 많아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사람들은 충분하지 않은 EU의 구조 체계를 비난했다. EU 입장에서는 불법 이주자들을 태운 불법 선박을 모두 색출하고 모든 승선자를 구조할 여력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구조 작업이 결국 밀입국 브로커들이 원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불법 이주자 증가에 기여하게 된다는 딜레마도 안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 여론은 EU가 수색과 구조 범위를 넓혀 인명 피해를 줄이는 인도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데 집중돼 있고 EU 또한 원칙적으로는 같은 입장이다. 때문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EU는 구조 체계를 확대하고, 불법 이주자를 실어나르는 불법 선박 소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런 대응으로 불법 이주자들의 유입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어차피 죽음을 각오하고 배를 탄 사람들이고, 그 뒤에는 돈을 받고 정원의 몇 배까지 초과해 사람들을 태우는 전문 브로커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불법 이주 알선은 꽤 괜찮은 사업이 됐고 브로커들은 유럽 국가들의 허점을 적절히 이용해 '인간 밀수' 사업을 번창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일의 뒤에는 사람들을 밖으로 내모는 나라들의 문제가 있다. 이번 사고 이후에도 유럽 쪽으로 오는 배는 끊이지 않았고 이번 주에만 이탈리아 해안경비대가 구조한 인원은 500 명이 넘었다.
그렇다면 불법 이주자들은 왜 위험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는 것일까? 간단히 정리하면 push factors, 밀어내는 요인과 pull factors, 끌어들이는 요인의 결합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불법 이주민과 난민들을 끌어드이는 요인을 가지고 있다. 유럽은 식민지 역사 때문에 아프리카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고 지리적으로도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과 가깝다. 또한 선진산업국들이 많다. 그러니 여러가지 문제로 자국을 떠나야 하거나 떠나고 싶은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 사람들이 유럽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유럽에 친지나 지인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그들 중 상당수가 택한 입국 경로가 바로 지중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의 밀어내는 요인이다. 내전, 정치적 불안 및 폭력, 빈곤 등으로 갈수록 생활과 생존이 어려워지면서 자국을 떠나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곳곳에서 세를 넓혀가고 있는 극렬 이슬람 무장세력들과 그들의 극악무도함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끌어들이는 요인보다 밀어내는 요인이 많고 강력하기 때문에 지중해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죽음을 각오하고라도 자국을 떠나야하는 이유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회에 유럽이 근본원인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해상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수고 다른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불법 이주자들이 많은데 근본원인을 다루지 않고는 불법 이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말이 쉽지 사실 먼 나라, 그것도 내전, 독재, 무장세력의 폭력, 빈곤이 만연한 곳의 상황을 개선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이 문제를 시급하고 중대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는 많다. 첫째는 더 이상의 인도적 재난을 막기 위해서다. 법적으로 불법 이주자들이지만 그들은 살길이 막막해 위험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고 그중에는 아이들도 많다. 그들이 눈 앞에서 죽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은 인도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둘째는 어떤 식으로든 근본원인을 다루지 않으면 불법 이주 문제가 그렇잖아도 경제적으로 힘든 유럽 국가들에 큰 부담이 되고 국내적으로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유럽 국가들이 머리 터지게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셋째는 크게 보면 자국민들을 계속 쫓아내는 나라들의 일에 유럽 국가들이 전혀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전, 정치 불안 및 폭력, 극렬 무장세력 출몰, 빈곤 등등의 일을 되짚어보면 멀리는 1960년대까지 지속됐던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 통치 역사부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자원 약탈 및 정치 간섭 등과 직접,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유럽 국가들이 결국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나라들의 경제 발전과 정치적 안정을 저해하고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로 인한 생활 환경의 악화에까지 기여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논리적으로는 근본원인을 다루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유럽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당장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노력을 시작한다고 해도 하루 아침에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빼곡히 사람들을 실은 불법 선박 안과 밖에서 발생하는 지중해에서의 인명 피해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목숨을 걸고 탈출을 택한 사람들이 정말 목숨을 잃는 일은 계속되고 전 세계 사람들은 그 일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평화갈등 이야기 > 국제평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리 테러, 그리고 증오와 보복의 악순환 (0) 2015.11.17 난민, 뿌리 뽑힌 사람들 (0) 2015.09.07 IS의 위협, 대응책은? (0) 2015.02.16 테러, 종교, 정체성 (0) 2015.01.19 IS의 이슬람, 증오와 복수 (0) 201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