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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기후 위기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23. 12. 6. 14:30
‘전쟁은 지옥이다.’ 흔히 하는 말이다. 대량 인명 살상과 사회 파괴를 야기하는 전쟁은 선택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도 많은 정치인은 전쟁을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심지어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전쟁을 시작하거나 계속하기도 한다. 일반인들도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전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지한다. 현재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사이의 전쟁,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전쟁의 문제를 잘 말해준다. 많은 민간인 사상자 발생, 주택과 기반시설의 파괴는 가장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의 피해다. 또한 전쟁 당사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안전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한 전쟁의 피해다. 거기에 더해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다.
2023년 7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기후 피해’라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전쟁 관련 탄소 배출 연구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1년 동안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한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1년 동안 약 1억 2000만 톤의 탄소가 배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벨기에의 연간 배출량, 자동차 2700만 대의 1년 배출량에 해당한다고 했다. 탄소 배출은 탱크, 전투기, 전투 장비 등의 운용은 물론 요새 건축과 무기 생산 등에 의해 발생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화재와 파괴 등도 탄소 배출을 야기했다. 보고서는 전체 배출량 중 약 20%가 전투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그러나 이런 수치가 아주 보수적인 계산이며 실질적인 배출량은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전쟁, 특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차별 공격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사망자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월등하게 많고 이스라엘이 러시아보다 더한 규모로 가자지구를 공격해 거의 초토화시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탄소 발생량이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11월 22일 유엔은 우크라이나 전쟁 민간인 사망자가 최소 1만 명을 넘는다고 발표했다. 유엔은 실제 사망자 수는 공식 집계보다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사망자는 12월 6일 현재 1만 6248명이었다. 하마스 기습공격에 의한 이스라엘 사망자 약 1200명을 합치면 현재까지 이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 7500명 정도다. 사망자가 많다는 건 군사작전이 그만큼 많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특히 가자지구 사망자는 대부분 전투기 공격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탄소 배출이 많았을 수밖에 없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군의 유지와 군사력 강화 등으로 인해 항상 다량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런 이유로 기후위기와 관련해 군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의 군은 막대한 양의 화석 연료를 사용하고 그 결과 군이 배출하는 탄소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6%에 달한다. 규모가 거대한 미국의 군을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전 세계 47위의 탄소 배출국이 된다. 군의 탄소 배출량이 이렇게 막대한데도 대다수 정부는 군의 탄소 배출량을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 군사문화가 건재한 가운데 군은 성역 취급을 받고 기후 위기 상황에서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무풍지대다.
전쟁은 지옥이다. 그 지옥에서는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회복이 불가능한 부상을 당하며 삶의 터전을 잃는다. 아이들은 자기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쟁을 정당화할 핑계를 찾고 싸우는 당사국 중 한쪽에 지지를 표하곤 한다. 이런 태도와 행동은 살상과 파괴를 정당화하는 전쟁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윤리적이지 않다. 그런데 이제는 전쟁, 그리고 전쟁을 준비하는 군의 문제를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와도 관련해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난방 온도를 내리고, 일회용품 소비까지 줄여야 하는 이 상황에 전쟁과 군으로 인한 막대한 탄소 배출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건 커다란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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