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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 또는 평화통일교육?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19. 9. 23. 15:13
2019년 통일교육주간 평화.통일교육 컨퍼런스 프로그램 북 그림
두 개의 차별성?
평화.통일교육이 새로운 통일교육으로 자리잡고 있다. 평화통일교육으로 쓰거나 불리는 경우도 있다. 두 명칭에는 특별한 차별성이 있는가? 사실 큰 틀에서는 거의 차별성이 없다. 물론 평화.통일교육의 명칭을 만든 사람들에게는 타당한 논리적 근거가 있겠지만 토론되는 내용을 보면 현재까지 특별히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
두 개의 용어가 내포하는 내용에 크게 차별성이 없는 점을 따져보면, 둘 다 기존의 통일교육에 평화 이론과 내용은 물론 평화 시각에서의 분석, 접근, 태도 등을 접목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국가적 목표로서의 통일이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의 평화적 삶을 위한 필요로 통일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은 평화가 결합된 통일교육이 갖는 중요한 점이다. 또한 정부, 정치인, 전문가 그룹이 주도 내지 독점하는 하향식 접근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해와 분석이 독려되는 교육 방식을 통해 상향식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민족적 담론을 넘어 국제적 시각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를 분석하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의무와 태도까지 다룬다는 것은 특별히 기존의 통일교육과 다른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일 문제를 정치적 이슈가 아닌 한반도 평화 성취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평화적 과정과 수단이 중요시되어야 함을 의미하고, 대결과 싸움이 아닌 대화와 합의를 통한 통일 과정이 전제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남북문제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회 구성원 및 집단 사이 대립과 갈등의 해결 방법까지 다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교육에 평화를 결합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이고 그래서 기존의 통일교육과 확실히 다른 점이다. 평화.통일교육과 평화통일교육은 이런 기본적인 접근에서는 다른 점이 없다.
차별성의 필요
그렇다면 평화.통일교육과 평화통일교육은 크게 차별성이 없으니 그냥 편의대로 두 용어 중 하나를 선택해 쓰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두 개의 차이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일까? 나는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제는 '평화.통일교육'이 아니라 '평화통일교육'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처음엔 통일교육원이나 교육부 등에서 제시한 '평화.통일교육'을 존중해 그대로 쓰기로 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평화.통일교육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분되는 용어로서 평화통일교육을 의도적으로 쓸 필요가 있다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차별성을 만들고 의미 부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주도하고 공교육 현장에 적용되는 평화.통일교육이 적어도 현재로선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어서다. 평화교육은 보편적 평화의 개념 위에서 우리 삶과 관련된 모든 평화 문제를 다루지만 평화.통일교육에서는 결국 남북관계나 한반도평화와 관련된 주제만을 다룬다. 평화교육이 선택의 문제고, 특히 평화.통일교육은 특정한 주제와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해할 수 있는 면이다. 그럼에도 평화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자 남북의 공존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근본적 문제 중 하나인 전쟁과 무장 충돌, 군사주의 및 무장의 강화, 국가안보 담론, 징집제와 국가 폭력 등을 평화.통일교육에서 다루지 않는다면 그건 평화의 핵심 주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그런 주제들은 정치적 접근의 틀 안에서 외면되거나 불가피하게 인정되는 방식으로 다뤄지곤 하는데 정부가 주도하고 공교육 현장에 적용되는 평화.통일교육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이유는 평화의 이론, 내용, 분석, 접근 등을 모두 담아낼 수 없는 평화.통일교육을 통해 자칫 평화가 왜곡되고 쉽게 소비되며, 심지어 정치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차별화, 또는 원칙적 접근으로서 평화통일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공기관이나 공교육 안에서 제공하는 주제와 접근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남북 공존과 한반도 평화의 문제를 다루는 교육의 필요성과 맥을 같이 한다. 동시에 다양한 세대를 위한 자발적이고 다양한 학교 밖 시민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필요에 맞게 평화통일교육은 평화의 개념에 토대를 두고 남북의 평화적 공존과 한반도 평화를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을 통해 상상하게 하는, 그리고 관이나 공교육이 주도하는 하향식 접근을 극복하고 동시에 공백을 채우고 근본적 원칙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평화통일교육은 평화.통일교육이 스스로 가진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역에서는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비판적 문제 제기를 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이것이 평화.통일교육과 구분되는 평화통일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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