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
세월호 1주기, 놓친 것들평화갈등 이야기 /갈등해결 2015. 4. 16. 00:00
세월호 사고 후 1년이 지났다. 보통 사고 후 1주기는 복잡했던 마음이 대충 정리되고 당시 상황을 어느 정도 담담하면서도 의미있게 되새길 수 있는 때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는 다르다. 1주기가 됐지만 당시의 긴장, 절망, 분노의 감정은 그대로 살아 있고 사고의 분석, 재해석, 사회적 의미를 따져 보는 논리적 접근 또한 조금도 느슨해지지 않았다. 그동안 세월호 사고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지금까지 지내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점들이다. 이 와중에 내 머릿 속은 더 복잡해졌다. 그동안 놓쳤던 것들, 사실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생각했지만 적극적으로 입 밖으로 말하지도 공유하지도 못했던 생각들을 정리하느라 그렇다. 생각이 복잡해진 근본적인 이유는 평화학자이자 갈등해결 전문가라는 내 정체성 때문이지만..
-
구원파의 교회, 한국의 교회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4. 30. 00:00
세월호 사고가 어디까지 닿아있는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뿌리를 파헤칠수록 연결된 다른 뿌리를 발견하게 되는 형국이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것이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 해운, 그리고 유병언라는 속을 알 수 없는 희대의 사기꾼 및 그 가족, 그리고 '구원파'라고 불리는 교회의 밀접한 관계다. 물론 여기서는 돈이 오가는 사업상의 관계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세월호 사고의 근본원인 중 하나는 분명 구원파라는 교회의 비정상적인 신앙 생활과 그것을 이용한 유병언라는 실권자의 악행이다. 온갖 방법으로 법망을 피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거짓과 착취로 재산을 축적한 그의 악행에 토대를 제공해준 것이 '교회'라는 점은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특별히 경악스럽고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런 소름 끼치는 사실은 한국의 ..
-
절망하지 않기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4. 26. 00:00
뉴스를 보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총천연색 감정을 경험하는 일이었던 적이 없었다. 가슴을 턱 막히게 하는 슬픔과 눈물, 한숨, 분노, 답답함, 철렁함, 욕 등이 뒤섞인다. 다른 때였다면 거의 정신이 가출한 미친 수준의 반응이라고 할만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게 정상이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뉴스를 보며 같은 감정과 자기 반응을 경험하고 있으리라. 이런 뒤섞인 감정 중에서 가장 감당하기 힘든 것은 깊은 절망감이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옅어질 감정들도 있지만 절망감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절망감은 세월호 사고가 단순히 몇 사람의 실수나 순간의 잘못으로 인한 단순한 사고가 아닌 것을 알고부터, 그리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리라 믿었던 구조 작업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면서부..
-
세월호 사고, 아동 학살 수준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4. 22. 00:00
결국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된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모두의 간절한 염원은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악몽에 시달리고 매일 눈물을 달고 살며 우울증에 가까운 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눈물도 조금씩 말라가고 가슴은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다. 사고 직후 탈출자 외에는 한 명도 구조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믿기지 않는다. 생존자 비율 36%, 선내 구조자 비율 0%. 이 기막힌 숫자는 우리가 그토록 외쳐대고 그래도 믿고 싶어한 '대한민국'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사실 깊이랄 것도 없다. 밑바닥이 바로 한치 발 밑이니 말이다. 이번 일로 대한민국의 밑바닥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부 및 관련 공공기관의 행정 체계와 생각의 깊이는..
-
세월호 학생들, 폭력 구조의 말단평화갈등 이야기 /평화 2014. 4. 19. 00:00
온 나라가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하루 아침에 3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사라졌다. 여전히 실종 중인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이 살아남아 우리 곁으로 돌아올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망자만 늘고 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실종자 중에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안타깝고 화나는 것은 그 아이들이 적절한 수준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승객 중에 가장 많은 인원이 학생들이었지만 그렇더라도 다른 성인 승객들에 비해 학생 실종자 수가 월등히 많은 것이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 도대체 무엇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런 일이 일어나면 매번 뒷북치는 일을 하게 되지만 그런 상투적인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 많은 희생을 단순한 사고로 생각해 버릴 수 있다. 그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