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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친구들 부럽다”가 북한 찬양이라고?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1. 12. 2. 15:00
경기도교육청이 공식 사회관계망에 올린 한 웹툰이 논란이 됐다.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에서 북한 학교에 대한 얘기를 듣고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북한 친구들 부럽다”고 한 것에 대한 것이다. 지금은 삭제됐지만 게재된 웹툰에서 아이들은 북한 아이들이 소풍을 가고 운동회를 하는 사진을 보고 “부럽다”고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등교도 못하고 지냈으니 한 말이다.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담임선생님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아이들은 “북한에 가고 싶다”고도 했다. 교사는 예상하지 못한 아이들의 반응에 대한 사연을 보냈고 그래서 웹툰이 그려진 것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북한 찬양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교육청에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교육청은 웹툰을 삭제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도교육청을 맹비난하면서 “세금으로 북한 찬양 콘텐츠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사연을 보낸 초등학교 교사와 얘기를 한 아이들이 ‘북한 찬양’을 했다는 건데 어이가 없다.
이 일은 과거 ‘막걸리 보안법’을 떠올리게 한다. 막걸리 한잔 마시고 대통령 욕했다고 체포됐던 시절의 일 말이다. 이번 일에서는 누구도 체포되진 않았지만 그에 버금가게 사회적, 정치적 비난이 가해졌다. 아이들과 교사는 상처를 받았을 것이고, 교사는 학교와 학부모의 비난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새삼 우리 사회가 여전히 ‘레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젠 악의적이고 폭력적인 일에까지 들이대는 ‘표현의 자유’가 북한과 관련된 일에는 여전히 허락되지 않는 사회임을 실감한다.
이번 일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통일교육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제는 평화.통일교육이 됐는데 여전히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와 사회의 환경은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조차 안전하지 않고 공격적이다. 평화.통일교육은 평화교육은 아니지만 평화의 가치를 포함하고 있고 현장의 교사들은 평화교육을 참고하곤 한다. 평화교육은 교육 참여자에게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과 활동을 통해 참여자가 스스로 이해하고 인식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야 다양한 시각으로 주제를 해석보고 자기 인식을 넓히며 창의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평화.통일교육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그동안 폐쇄적이고 일방적이고 당위적으로 전달됐던 내용에 대해 아이들이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스스로 인식을 넓혀가는 것이 남북문제와 평화통일에 대한 인식과 생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일에서 보는 것처럼 자유로운 토론 활동에 대해 사회적 제재가 가해지면 교육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꼭 평화.통일교육이 아니더라도 참여형 교육을 이런 식으로 판단하고 제재를 가하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통일교육이 평화.통일교육이 되면서 강조되는 것 중 하나가 북한에 대한 이해의 향상이다. 통일의 상대는 북한인데 우리 사회는 북한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고 관계도 단절돼 있으니 당연한 접근이다. 뉴스는 대부분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다룬다. 북한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는 건 아주 어렵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사람들이 우리처럼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상이 지옥 같은 건 아니다. 그러니 단편적으로 아이들이 부러워할 일이 있을 수도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지친 아이들이 소풍가는 것에 “부럽다”고 한 것은 한편으로 귀엽고 다른 한편으로 짠한 반응이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이제 일반인들도 북한 신문과 방송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래야 시민들의 이해가 높아지고 일부 정치인들과 개인들이 하는 어거지 주장을 사회가 함께 거를 수 있다.
“북한 친구들 부럽다”는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고, 그런 말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자유로운 행동과 의사 표현은 북한과 비교했을 때 우리 사회가 우월한 점이라고 강조해온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솔직한 소감과 표현을 막는 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사회나 인간에 대해 사회가 가진 선입견과 일률적으로 부과된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도록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 또한 교육적이지 않다. 나아가 그것은 폭력적이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교육청이 즉시 웹툰을 내리고 교육감이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논란을 잠재우기에 급급했던 모습 또한 비교육적이다. 오히려 교육청이 교육적 측면에서 문제가 되지 않음을 얘기하고, 사회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더 논란이 되게 놔뒀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 일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았기를, 그리고 많은 교사가 위축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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