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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 전쟁 반대를 다뤄야평화갈등 이야기 /한반도평화 & 평화통일 2021. 7. 1. 10:32
한국전쟁, 그냥 전쟁으로 다뤄야
2021년 6월 25일로 한국전쟁 71주년이 지났다. 한국전쟁은 한반도의 비극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과거의 비극이라 부르는 이유는 한국전쟁이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의 생명을 위협했으며 삶의 기반을 초토화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심지어 학살을 당하기도 했다. 현재에도 비극인 이유는 한국전쟁에서 비롯된 남북한 사이 증오, 한국사회의 이념갈등, 남남갈등 등의 문제가 우리 삶에 여전히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수많은 학살의 진실도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막대한 피해를 낸 세계의 다른 전쟁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만큼 비극적이었던 한국전쟁이 계속되는 전쟁 준비와 군사력 강화를 위한 명분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한국사회 많은 구성원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에는 반대해도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가피성은 수용하고 있다.
한국전쟁은 인간의 생명과 삶을 파괴하는 보편적 시각에서의 ‘전쟁’이 아니라 남북한 사이 전쟁으로만 다뤄진다. 그런 한계로 인해 우리가 적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는 북한과의 전쟁은 정당화되고, 같은 맥락에서 향후 북한과의 전쟁도 정당화된다. 한국전쟁을 다루는 방식이 여전히 전쟁을 기념하고 전쟁터에서 싸운 국내.외 ‘참전용사’들을 칭송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또한 한국전쟁을 그냥 전쟁으로 보지 않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보여준다. 또 군인보다 3배나 많이 피해를 입은 민간인을 제대로 추모조차 하지 않는 건 전쟁을 기억하는 우리의 방식이 군사주의와 연결돼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점은 ‘튼튼한 안보’의 구호 아래 쉼 없이 전쟁을 준비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지속적인 무력 강화를 사회적으로 승인하는 현실과 연결된다. 우리는 북한의 남한 침략과 전쟁의 시작을 비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전쟁의 기억을 통해 애국심을 키우고 군사주의를 강화하는 모순적 태도와 행동을 유지하고 있다.
평화.통일교육에서 한국전쟁은 많은 전쟁 중 하나로 다뤄져야 한다. 절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전쟁, 그리고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국군, 미군, 인민군에게 학살됐던 전쟁으로 말이다. 또한 우리 사회 전체와 개인 사이 관계를 파괴하고, 이념대결과 남남갈등을 야기한 전쟁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한국전쟁은 평화적 방식의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북한은 통일을 핑계로 남한을 침략했고, 남한 역시 통일을 핑계로 전쟁을 연장시켰다. 그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 가장 중요한 건 한국전쟁을 우리 사회에서 계속되는 전쟁 준비와 무력 강화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교훈으로, 그리고 만연된 군사문화와 그와 관련된 폭력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자료로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결국 모든 전쟁과 전쟁 준비에 반대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전쟁 준비와 군비 강화 문제를 다뤄야
평화.통일교육에서 전쟁 반대를 다루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모두가 한국전쟁 같은 전쟁이 다시 한반도에서 생기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함께 얘기하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전쟁 반대를 얘기하려면 그것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전쟁 준비 문제, 군비 강화, 군사문화 등을 다뤄야 하는 데 그런 문제를 다루는 건 쉽지 않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안보 담론과 군축에 대한 반감을 다루는 건 더욱 만만치 않다. 하지만 군비 강화로 남북한이 출혈 경쟁을 하고 있고 판문점선언에서도 남북 정상이 ‘군축’을 언급했음을 얘기하는 건 의미가 있다. 또 ‘튼튼한 한보’가 평화의 토대가 된다는 모순적 주장은 바로잡는 게 바람직하다. 군사력에 초점을 맞춘 ‘튼튼한 안보’는 남북한 사이 평화적 공존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상 유지, 다시 말해 평화 없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지 평화를 위한 선택은 아니다. 다만 현재의 상황과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점진적, 궁극적 군축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남북한 사이 군사적 대결과 긴장이 계속되면 한반도가 평화로워질 수 없고 무엇보다 우리가 항상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하고, 평화 없는 삶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적 통일은 절대적으로 무력 통일의 방식을 배제한다. 그것은 단지 전쟁을 통한 통일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력으로 서로를 위협하는 상황을 끝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은 과정이 될 수밖에 없고 과정 안에서 무력 강화와 무력 대결에서 비롯된 전쟁 및 무력 충돌의 위험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한국전쟁을 다른 많은 전쟁과 같은 시각으로 보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의 눈으로 전쟁의 문제를 토론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한국전쟁도 그런 전쟁 중 하나였으며, 한반도에서 일어날 어떤 전쟁도 그런 전쟁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음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 반대와 군축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쟁 반대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자 원칙이며 군비 축소 또한 평화를 위한 접근으로 세계가 합의한 것임을 알게 하는 것이다. 또 남북한 사이 평화적 공존의 실현과 평화적 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현재, 그리고 점진적으로 우리와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얘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쟁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리고 전쟁의 위험을 높이는 군사적 대결과 군사력 강화의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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