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갈등해결 연재 6 재산권 vs. 공공이익
재산권 보장 vs. 님비
공공갈등, 그러니까 공공정책 결정과 실행을 둘러싸고 공공기관과 시민 당사자 사이에 생기는 갈등은 많은 경우 재산권 문제와 결부된다. 특별히 정책이 물리적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거의 백퍼센트 재산권 문제가 관련된다. 대상이 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땅, 집, 가게 등의 가격 및 매매 등이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 거주지 이전, 보상 수준 등의 문제가 부수적으로 따라오지만 그런 문제들 또한 직접, 간접으로 재산권 문제와 관련돼 있다. 때문에 특정 정책이나 사업이 개인의 재산권에 얼마만큼 심각한 영향을 미치느냐가 시민 당사자의 저항과 공공기관과의 대결 수준을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가 된다. 재산권 문제는 생존까지는 아니어도 현재의 생활은 물론 자손들의 미래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니 시민 당사자에게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권리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그리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공공갈등의 대부분이 재산권과 관련돼 있다.
헌법 23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2항에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써 있고, 3항에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써 있다. 내가 법학자는 아니지만 해석해보면 개인의 재산권은 보장되지만 공공복리, 다시 말해 공공이익에 반하거나 공공필요에 의해 제한될 수 있고, 그렇지만 그럴 경우에도 반드시 보상은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공공갈등은 이에 대한 해석이 충돌하면서 발생하고 악화된다.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공공기관은 주로 2항과 3항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시민 당사자는 날벼락 같은 정책이나 사업이 결정되면 1항을 들어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면 공공기관은 2항과 3항에 따라 1항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한탄강댐 갈등, 밀양송전탑 갈등, 제주해군기지 갈등, 부안 방폐장 갈등, 제주 제2공항 갈등, 사드배치 갈등 등이 모두 이런 주장과 같은 맥락에 있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와 비슷한 이런 논쟁은 '님비' 프레임을 만들어내곤 한다. 거기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저항은 '공공이익'에 반하는 것이고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숨겨져 있다.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재산권 보장을 요구하며 대규모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시민 당사자의 저항이 '님비현상'으로 규정되면 갈등은 선과 악의 대결처럼 변질된다.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을 주장하는 것인데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나아가 불의한 사람들로 취급받는 지역 주민들은 분노하고 공공기관과 시민 당사자의 갈등은 본격적인 대결과 악화의 길을 걷게 된다.
재산권 & 공공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