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해결 연재 6 갈등과 힘
힘의 불균형, 그 불편한 진실
사람들 사이에는 흔히 힘의 차이가 존재한다. 힘의 원천은 여러 가지다. 나이, 성별, 가족배경, 민족배경 등 선천적인 것도 있지만 직급, 교육수준, 경제력, 정보, 인맥 등 후천적인 것들도 힘으로 작용한다. 이런 것들은 사람들 사이의 자연스런 '다름'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힘의 차이로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적극 활용하려 한다. 그런 상황 중 하나가 바로 갈등 상황이고 그래서 갈등은 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사자들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얼마나 심한지, 또는 반대로 힘이 어느 정도 균형잡혀 있는지가 갈등의 전개와 해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실 힘의 불균형이 극심하면 갈등은 잘 생기지 않는다. 강자가 약자를 찍소리도 못하게 억압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약자가 문제를 언급할 정도의 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재자와 국민, 대기업과 하청기업, 고용주와 알바생 사이에는 쉽게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 갈등이 생긴다면 그것은 약자가 변화를 위해 사활을 걸거나 오랜 준비를 통해 힘을 축적한 후 전략적으로 맞섰을 때다. 그래서 갈등은 약자의 전략적 선택이 되기도 한다.
갈등이 생겼을 때는 강자도 약자도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강자는 자신이 힘을 이용해 약자를 억압하는 것으로 보일까봐 우려하고, 약자는 힘이 없음이 드러나면 강자가 상대해주지 않을까봐 우려한다. 힘의 차이 때문에 타협적이거나 수용적으로 보여질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갈등 당사자들 사이에는 대부분의 경우 힘의 차이가 존재하고 때로는 심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갈등을 제대로 전개하고 해결하려면 그런 힘의 불균형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힘의 균형, 가능한가?
갈등 당사자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최대한 이용해 유리한 방향으로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강자에게 유리한 상황이지만 약자 역시 할 수만 있다면 힘을 이용하려고 한다. 물론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힘, 자세히 설명하면 힘의 불균형을 이용해 갈등에 대응하면 갈등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만 일단락되고 갈등은 계속된다. 새로운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갈등을 야기한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관계나 구조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강자가 원한 결과가 생길 것이고 관계와 구조는 강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강화되거나 재편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강자에게도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변화의 필요 때문에 갈등을 만들었던 약자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다음 번에는 더 강경한 방식으로 변화를 꾀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번 갈등은 초반부터 강경하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