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부담 또는 자원?
탈북자들은 왜?
어버이연합의 보수 우익 집회와 관련해 전경련과의 은밀한 돈거래, 그리고 청와대와 국정원의 개입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계속 커지고 있다. 그동안 비슷한 얘기가 돌아다녔기 때문에 증거가 나왔다는 것 외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사실 가장 크게 내 관심을 끄는 것은 탈북자들의 집회 알바다. 물론 탈북자들만 일당을 받고 집회 참석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탈북자들에게 관심이 가는 이유는 그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보수 우익 집회를 조직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단순히 돈 몇 만원 주고 동원 가능한 '쉬운' 사람들로 봤다는 얘기다. 전경련, 청와대, 국정원 등 막강한 권력과 손잡은 조직이 우리사회에서 가장 소수이자 약자인 집단을 고의적으로 이용했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탈북자들에 대해 잘 모른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이질적인 집단으로 인식 및 취급되고 있다. 그들이 우리사회에 대해, 특별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름의 인식과 판단을 가지고 있는 민감한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들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고 그런 이유로 보수 우익을 옹호하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많은 탈북자들이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그저 돈을 받고 집회에 나갔으니 말이다. 차라리 정치적 신념에 따라 집회에 참석했으면 나았을텐데 말이다.
탈북자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생활이 궁핍해 알바를 했다는 탈북자들이 있었지만 집회 알바를 위해 1천만원의 목돈을 투자하고 월 3-40만원을 번 사람들도 있었다니 꼭 생활고 문제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시민의식이 전혀 없어서 였을까? 그들은 민주사회와 시민의 의미를 알고는 있을까? 사실 나를 가장 놀라게 했던 말은 탈북어버이연합 대표라는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보수든 진보든 모든 집회는 일당이다"라고 했던 말이다. 기자들 앞에서 너무 당당하게 얘기하니 실제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사회의 시민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사회 변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시간, 에너지, 돈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사회의 부담 or 평화의 자원?
그들이 정치적 신념과 상관없이 단순히 돈을 받고 집회 알바를 했는지, 집회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할 정도로 시민의식이 없는지, 아니면 한국사회를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지 확실히 알 순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번 일로 탈북자들에 대한 생각은 더 부정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탈북자들을 돈 몇 만원에 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까지 팔아먹는 사람으로 취급할지 모른다. 탈북자들은 더욱 더 이질적인 집단, 혹은 한국사회에 해가 되는 집단으로 취급될지 모른다. 곳곳에서 탈북자들을 더 배타적으로 대하고 갈등이 생기고, 그래서 탈북자들의 삶은 더 힘들어지고 집회 알바보다 더한 사회 문제와 얽히게 될지도 모른다. 그 결과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회적 부담으로 취급될지도 모른다.
사실 탈북자들은 점진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성취하는데 중요하고 필요한 인적 자원이다. 남북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사회에 새로운 에너지와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자원이기도 하다. 이민자가 많은 다른 사회에서처럼 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폐쇄성이 강한 우리사회는 그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딱지'를 붙였고, 잠깐의 교육 후 이 복잡한 사회에 알아서 적응하도록 방치해 버렸다. 게다가 탈북자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그들을 북한 관련 정보 제공자로, 고난을 이긴 신앙인으로, 안보 장사의 도구로 이용했다. 결국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정권에 맞추고, 교회에 맞추고, 보수 우익에 맞추면서 생존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탓에 한국사회에 대한 탈북자들의 인상도, 그들에 대한 우리의 인상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