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토끼를 쫓아버리다
누구를 위해 두 마리 토끼를 쫓아버렸나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각각 다른 방향으로 뛰는 토끼를 한 사람이 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의도치 않았는데 일거양득이 되는 결과가 만들어졌을 때, 또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는 경이로운 일이 생겼을 때 이 말을 쓴다. 개성공단은 이 말에 딱 맞는 사례였다. 개성공단 덕분에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었고, 동시에 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찾아 멀리 외국까지 가지 않고도 생산 활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단이 계속되면서 보이지 않는 다른 효과들도 나타났다. 남과 북 사람들이 같이 일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협력 관계가 만들어졌다. 상대의 문화나 생활 방식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초코파이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애정은 남한 상품과 나아가 남한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과 이질감을 없애주는 역할도 했다. 사실 개성공단은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세 마리, 네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하루 아침에 이 토끼들을 다 쫓아버렸다. 아무리 찾아 헤매도 현재로선, 최소한 현 정권에서는 다시 찾을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 큰 목적을 위해 물론 뼈아픈 정책적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두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 토끼를 쫓아버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에서는 그런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정부가 주장한 목적은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비용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벌써 두 가지 잘못이 있다. 첫째 모두가 알고 있듯이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은 사실 남한보다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고, 미국에게 대화를 압박하고, 그 결과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북한의 무기 개발이 한반도의 무기 경쟁을 심화시키고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의 무기 개발을 중단시키려면 북한과 미국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지 미국을 위해 북한과의 마지막 관계의 끈을 자르는 자해를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올 것에 대비해 마지막 끈을 끈질지게 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개성공단 중단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 손에 들어온 토끼를 모두 놓아버린 결정인 셈이다. 우방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무모하고 과한 결정이다.
무기 개발 비용 차단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언급한 것은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인데 사실 임금의 70%는 노동자들에게 가고 나머지 30%는 개성시 등의 교육, 의료 등 사회운영경비로 쓰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물론 그돈 중 일부가 정부나 군으로 들어가 간접적으로 무기 개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가져가고 남은 쥐꼬리만한 돈을 가지고는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까지 북한이 돈이 없지는 않다. 그러니 결국 정부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데 남북관계의 끈을 자르고 우리 기업만 죽이는 결정을 한 셈이다. 이렇게 근거가 부족하니 미국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북한에게 충격 요법을 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충격 요법도 북한의 더한 충격 요법으로 하루 만에 색이 바랬지만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두 마리 토끼를 마다할 정도면 더 큰 효과를 내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없이도 어떤 수를 쓰든 무기를 계속 개발할 것이고 우리는 결국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멀지 않은 미래에 무기 강국이 되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면 한반도 안에서의 무기 경쟁과 군사력 증강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게다가 우리 기업은 도산하고 수많은 실업자만 생기게 됐다.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되고 민간교류도 다 막히게 됐다. 이렇게 이득은 고사하고 악영향만 내는 결정이니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파란집과 여당은 오해라고 우길지 모르지만 정책에 대한 판단은 국민들이 하는 것이고, 이미 나타나고 있는 모든 역효과가 우리를 향하고 있으니 당연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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