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지구 경제 파탄, 이스라엘 봉쇄가 원인평화갈등 이야기 /국제평화 2020. 11. 28. 10:42
팔레스타인 지도, 왼쪽 아래에 위치한 가자지구(Gaza Strip) (출처는 JAI의 Life Under Occupation)
유엔, 경제 파탄의 증거 제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11월 25일 유엔총회에 "이스라엘 점령이 팔레스타인에 가져온 경제적 비용: 봉쇄와 제한 하의 가자지구"라는 보고서를 냈다. 11년 동안의 이스라엘 봉쇄로 인해 가자지구가 입은 경제적 손실과 경제 파탄 상황에 대해 처음으로 상세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가자지구 봉쇄는 현재도 지속 중이고 경제 상황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지지구는 이스라엘, 이집트와 국경을 이루고 지중해쪽에 맞닿아 있는 서울시 면적 60% 정도의 땅이다. 약 2백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의 웨스트뱅크(서안지구)와는 지리적으로 분리돼 있고 이스라엘의 봉쇄로 완전히 고립돼 있다. 가자지구에 대해 많은 국제기구가 인간이 살수 없는 상태라는 주장을 해왔는데 이번 보고서는 다양한 수치를 통해 경제적 파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7년 6월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집권한 이후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있다. 보고서는 봉쇄 이후인 2007부터 2018년 사이 가자지구가 입은 경제적 손실이 167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1달러 환율 1,100원을 적용하면 약 18조 3,7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금액은 가자지구 GDP의 6배, 전체 팔레스타인 GDP의 107%에 달하는 액수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의 봉쇄와 함께 이스라엘-하마스 사이 세 번의 군사 충돌로(대부분 이스라엘의 대응 및 보복 공격이 한층 강력하다) 가자지구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그 결과 빈곤률이 매우 상승했다고 밝혔다. 2007-2017년 사이 빈곤률은 16% 증가해서 2017년 기준으로 빈곤률이 56%에 달한다. 2007년 이전의 상황이 계속됐다면, 그러니까 가자지구가 이스라엘의 봉쇄나 무력 공격을 겪지 않았다면 빈곤률은 15%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했다. 가자지구는 2020년 현재 세계 최악의 경제 상황과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1994-2008년 사이 가자지구의 GDP는 48% 성장했고 인구는 137% 증가했다. 경제 성장이 인구 성장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1인당 GDP는 37% 하락했고 실업률은 22%나 증가했다. 가자지구의 실업률은 5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오슬로 조약 후 1994-1999년 사이 가자지구의 경제 성장률은 평균 6.1%였다. 하지만 2000년 2차 인티파다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노동자가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시켜 경제가 악화됐다. 모든 공공과 민간의 사회 기반과 기구는 무너졌다. 팔레스타인 전체 경제에서 가자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5년 37%에서 2018년 18%로 급락했다. 봉쇄가 이뤄지기 전인 2007년 이전까지는 평균 35%를 유지했다. 2007-2018년 사이 가자의 경제성장률은 겨우 4.8%에 그쳤다. 모든 경제 수치가 2006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스라엘 봉쇄로 외부 접촉과 무역 거래 불가능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일종의 위험지구로 설정해 철저히 봉쇄 및 통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물품 반입 불허다. 이스라엘은 군사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분류한 물품, 즉 이중 사용 가능 물품이 웨스트뱅크를 포함한 모든 팔레스타인 지역에 반입되는 걸 금지하고 있다. 거기에는 민간 기계 및 부품, 비료, 의료기구, 통신기구, 금속물, 화학약품, 철재 파이프, 제분기 등이 포함된다. 가자지구의 경우엔 61개 품목이 더해져 건축자제, 목재, 살충제. (홍수 대비용)물펌프 등이 포함된다. 최근 가자지구로의 반입 물품 중 일부에 대해서는 일회성 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어쨌든 농업에 필요한 비료와 살충제조차 반입 금지 품목이다. 이스라엘은 전체 가자기구 인구수에 필요한 기본물품 숫자를 수학적으로 계산한 자료에 따라 가자지구에 물품이 반입되도록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보고서는 봉쇄로 인한 생활 환경 악화도 열거하고 있다. 가자지구 사람들은 깨끗한 물, 충분한 전력 공급, 제대로 된 오물처리 시스템도 없이 살고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육상, 해상, 공중의 통로가 다 막혀 있다. 1990년대 초에도 여러 제한이 있었지만 2007년 이후에는 사람 및 물자의 이동을 철저히 봉쇄하고 제한해 최악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007년 이전에는 이집트, 이스라엘, 동예루살렘 등으로 통하는 5개의 물자 및 주민 통행로가 있었는데 현재는 그중 2개만 남았고 그것도 아주 제한적이고 부분적으로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경계에서 100-300미터를 제한구역으로 설정해 놓았다. 때문에 농부들도 자기 땅에 도보로만 접근이 가능하고 그것도 이스라엘 국경 100미터 이내로는 접근할 수 없다. 국경 담장 인근의 농토는 이스라엘 군에 의해 다 파괴됐다. 해상의 경우 이스라엘은 3-6마일 사이에서만 어업을 허용하고 있다. 오슬로 협정에서는 20마일에 합의했지만 예외적 상황에서조차 이스라엘은 12-15마일 내에서의 어업만 허용한다. 그래서 어부들은 자주 이스라엘 해군의 표적이 되고 경계를 넘었다는 이유로 체포된다. 어선을 압수당하거나 해군의 총격으로 죽거나 부상당하기도 한다.
가자지구는 봉쇄 때문에 다른 팔레스타인 지역이나 세계와 전혀 경제적 교류를 할 수 없다. 또 내부적 요인으로 인해 생산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제한적 전기 공급이다. 2007-2018년 가자지구에는 하루 4-6시간만 전기가 공급됐다. 2020년 1월에 11시간으로 공급 시간이 길어졌지만 이것을 가자지구의 모든 주택이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이유로 농업과 공업 생산이 후퇴했다. 생산량은 1995년 34%에서 2018년 23%로 하락했고 고용 기여도는 26%에서 12%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세 차례의 이스라엘-하마스 사이 무력 충돌로 인한 피해도 상세히 수치를 통해 밝혔다. 2008년 12월 27일-2009년 1월 18일 사이의 무력 충돌로 팔레스타인 측에서 1,400명, 이스라엘 측에서 13명이 사망했다. 이 기간의 무력 충돌로 6만 채의 주택이 피해를 입거나 파괴됐고 2만 명이 집을 잃었다. 2012년 11월 8일 동안의 무력 충돌 기간에는 팔레스타인 측에서 174명(107명은 민간인), 이스라엘 측에서 6명(3명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1만 채의 집이 피해를 입었다. 2014년 7월 8일-8월 26일 사이 무력 충돌 때에는 팔레스타인 측에서 2,251명(146명은 민간인), 이스라엘 측에서 71명(5명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17만 1천 채의 주택이 피해를 입었고 그중 17,800채의 집은 완전히 무너져 10만 명이 집을 잃었다.
보고서는 수치로 계산할 수 있는 것만 담았음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가자지구 주민들이 겪는 심리적,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나 불안한 일상,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수치화할 수 없는 것들은 담지 않았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가자지구의 빈곤을 줄이고 경제 성장을 회복시키기 위해 봉쇄와 이동제한 등이 당장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사회, 이스라엘 정부, 팔레스타인 정부에 이스라엘 봉쇄의 완전한 해제, 국제법에 의해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로켓이나 포탄 공격의 금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공격 금지, 가자지구와 다른 팔레스타인 지역 및 아랍국가, 세계와의 자유로운 무역거래 허용, 사업, 의료, 교육, 가족 상봉 등을 위한 자유로운 이동이 재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간 및 공적 사회기반 재건, 공중 및 해상 통로의 재건 등도 언급했다. 또 팔레스타인이 1990년대 발견된 가자지구 해안의 천연가스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를 통해 가자지구 경제의 재건과 회복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 사이 생활수준 차이를 줄이기 위해 팔레스타인 내부의 화해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유엔은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평화를 위해 2국가 해결책 지지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있는 수치들은 크게 두 가지를 말해준다. 하나는 가지지구의 경제 파탄과 그로 인한 열악한 상황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의 원인이 이스라엘의 봉쇄와 제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의도적인 정책에 의해 사람이 제대로 살 수 없는 곳이 되었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지붕 없는 커다란 감옥 속에서 미래를 잃은 채 살고 있다. 이스라엘의 뒤에는 물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책임과 무관심이 있다.
1946년 이후 팔레스타인 영토 손실 지도 (출처는 JAI의 Life Under Occupation)
'평화갈등 이야기 > 국제평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군 철수 후 아프가니스탄은? (0) 2021.08.12 이스라엘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0) 2021.05.14 표현의 자유, 공격 당하다? (0) 2020.10.31 마스크 공포와 문화차별 (1) 2020.04.02 아프간전쟁은 끝날 것인가 (0) 2019.02.11